[관망경]`리플리 증후군`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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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또 허탕이었다. 여야가 합의했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만큼은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했다. 막판 합의가 깨지면서 본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이날 점심때만 하더라도 여야 원내대표는 언론에 원샷법만이라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약속은 불과 몇 시간 만에 ‘거짓’이 됐다.

본회의 무산 뒤 의례적인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본회의 무산 책임을 놓고 서로에게 뒤집어씌우기 바쁘다. 무한 반복이다. 여야 합의는 이미 수십 번 휴지조각이 됐다. 상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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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가 없는 위헌 사태가 지속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 국회에 국민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이 분노를 국회의원만 모른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엔 국민만 있고, 국민만 보고 간다’고 한다. 국민은 기가 찬다.

‘리플리 증후군’이 있다.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거짓된 행동을 스스럼없이 지속하면서 거짓을 진실로 믿는 행위다.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라는 소설 주인공에서 유래됐다.

19대 국회는 국회의원 이권을 위해 거짓 행동을 일삼고 있다. 최악의 국회라는 불신은 그래서 더해졌다. 여야 간 싸움에 민생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선거구가 실종된 초유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염증과 분노가 표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무관심과 국회의 국민 조롱으로 악순환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19대 국회에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이 같은 상황을 마무리 하고 수습에 나서라고 하고 싶지만 그 또한 미덥지 못하다. 훼손된 민주정치 근간을 회복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들 자체가 훼손 주역들이다. 국민 스스로가 정치 불신과 냉소에서 벗어나 이런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어졌다. ‘리플리 증후군’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데 자기 각성보다 단호한 심판이 더 효과적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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