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를 뜨겁게 달궈 손쉽게 나노와이어(nanowire)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복잡한 공정이나 백금 같은 귀금속 촉매도 필요 없다. 반도체, 배터리, 태양전지 등에 필요한 각종 나노와이어를 저비용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박수진·곽상규 UNIST(울산과기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하 박 교수팀)은 천연가스를 이용한 나노와이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차전지나 태양전지 소재 등 ‘에너지 분야’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 분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진 교수는 “전자기기가 계속 작아지면서 각종 칩이나 부품도 나노 수준을 요구하는 추세다. 이 기술은 귀금속 촉매 대신 천연가스를 이용해 기존 나노와이어 제조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 말했다.
박 교수팀은 금속 등에 탄소를 입히는데 사용해 온 ‘천연가스 열분해’ 공정을 이용했다. 코팅하려는 산화물에 천연가스를 넣고 높은 온도로 가열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이다. 탄소 코팅은 반도체나 이차전지를 만드는 소재의 전기 전도도를 높이고, 산화와 부식을 막기 위해 쓰인다.
천연가스는 고온에서 탄소와 수소로 분리된다. 이때 수소는 산화물에 있던 산소와 반응하고 탄소만 물질에 코팅된다. 온도를 800℃ 이상 높이면 탄소 코팅뿐 아니라 물질을 나노와이어 형태로 성장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기술은 나노와이어 표면에 탄소층을 형성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는 것도 막아준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열분해 방식으로 만든 나노와이어는 열적·화학적 안정성이 높다. 기존 탄소 코팅 공정을 나노물질 제조라는 고부가가치 기술로 전환한, 새로운 발견이라 평가받는 이유다.
또 이 기술은 나노와이어 성장뿐 아니라 탄소 코팅, 산화물 환원 등 세 공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주석, 인듐, 니켈 등 금속에서도 나노와이어를 형성하는 데 성공해 다양한 분야로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이 기술로 만든 게르마늄 나노와이어를 리튬이온전지 음극소재에 적용한 결과, 기존 흑연 소재보다 고속 충·방전에서 용량이 늘었고, 1000회 이상 반복해 충·방전해도 99% 이상 용량을 유지했다.
곽상규 교수는 “음극에 쓰이는 흑연 소재는 용량이 낮고 고속 충·방전이 어려워 새로운 소재로 실리콘이나 게르마늄이 주목받고 있다. 게르마늄 나노와이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천연가스 분해반응과 산화물 환원 현상의 원리를 규명해 나노와이어 형성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도 큰 성과”라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연구사업’ 지원 아래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나노 레터스 21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