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AMI사업 4월 재개…PLC칩 업체들 “대환영”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 사업이 2년 만에 재개된다. 사업은 일방적인 데이터 수집 등 보급 위주에서 전기 소비자 혜택 중심으로 전면 개편된다. 한국전력만 활용했던 전력 사용·검침 데이터를 일정 자격을 갖춘 민간 사업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다양한 서비스 모델이 등장할 전망이다. ▶본지 1월 25일자 20면 참조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4월 사업 공고를 내고 스마트그리드 AMI 구축 사업을 재개한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200만 가구를 포함해 내년까지 총 5500억원을 투입해 450만 가구에 구축한다. 2018년 이후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보급량 채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현실적 서비스 모델부터 발굴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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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텔레콤 기술연구소 연구원이 데이터집합장치(DCU)와 모뎀 등을 이용해 AMI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업은 450만가구 구축 과정에서 선택형 전력 요금제나 국민 DR(수요반응) 등을 실증하면서 효과 검증에 초점을 맞춘다. 성능 논란이 일었던 AMI 지중(地中) 구간 통신은 한국형 고속 전력선통신(PLC)이 아닌 고속 ‘HPGP(HomePlug Green Phy) PLC’가 활용될 예정이다. 농어촌·산간 지역에는 지그비를, 도서지역에는 롱텀에벌루션(LTE)을 쓰게 된다. 한국형 PLC는 AMI 환경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공구간에 투입된다.

산업부는 소비자 중심 서비스 모델 발굴을 위해 연내 한전이 아닌 외부에 ‘전력 빅데이터 활용센터’를 구축한다. 15분 단위로 수집되는 전력 사용, 검침 정보를 가공·분석해 선택형 요금제나 국민 DR(수요반응) 등 서비스를 다양하게 기획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소비자 동의를 얻은 데이터를 통신사 등 민간 기업이 활용해 다양한 모델을 전력소비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다음 달 200만 가구 보급 지역을 정하고, 계량기·통신 등 AMI 구축 관련 사업자를 4월께 선정할 계획이다. 4월 전까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계시별·피크 요금제 등을 설계한 후 특정 지역을 선정해 요금제 실증에 나선다. 해당 지역 소비자는 오는 7월부터 전력사용에 대한 비교·알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 받는다. 또 가정·아파트·상가 등 소규모 전기사용자도 아낀 전기를 되팔 수 있도록 스마트미터(전자식계량기)가 보급된 지역에 한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시장참여 조건, 감축량 산정, 인센티브 등 세부사항을 수립하고 8월부터 실증에 들어간다.

김성열 산업부 전력진흥과 과장은 “지금까지 일방적 보급 위주 AMI 사업이 소비자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자부터 혜택을 받도록 사업 방식을 수정했다”며 “요금제 선택권 확대와 실시간 전력 사용량 정보 제공으로 서비스 모델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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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전력이 서울 구로구 지역에 설치한 AMI용 데이터집합장치(DCU) 모습.

사업 중단으로 경영난에 허덕였던 PLC칩 업계 등 관련 중소기업은 사업재개를 반겼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직원·생산 설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공공사업 수요를 쫓아다니면서 버텼다”며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관련 정부 사업이 재개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그동안 사실상 놀려왔던 PLC칩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등 실제 수요가 나올 것에 대한 준비를 서둘렀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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