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평가 잣대가 달라졌다. 과거 이윤 창출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동반성장·사회공헌 기여도, 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중요한 척도다.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윤리적 기업만이 롱런할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를 시장이 인정하기 시작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이하 DJSI)는 ‘지속가능성’ 정도를 반영한 대표 글로벌 기업 평가 지표다. 재무상태 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을 평가한다. 사회책임투자(SRI)가 기업 투자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DJSI는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 40여개 자산운용사, 은행, 연기금 등 금융기관이 ETF, 고정금리상품, 뮤추얼펀드와 DJSI 연계 금융상품을 운영할 정도다.
한국생산성본부가 S&P다우존스인덱스, 로베코 샘과 함께 발표한 2015/16 DJSI 평가결과에서는 세계 2495개 평가대상 기업 중 317개 기업이 DJSI 월드(World)에 편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LG전자, SK텔레콤을 비롯한 21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가 11년 연속, SK텔레콤이 8년 연속 편입됐다. 지역 지수인 DJSI 아시아퍼시픽(Asia Pacific)에는 평가 대상 아시아 태평양지역 608개 기업 중 145개 기업이 편입됐다. 우리 기업은 BNK금융지주, 현대글로비스 등 41개다. 세계 최초 국가단위 DJSI인 DJSI 코리아(Korea) 평가에서는 평가 대상 한국 기업 200대 기업 중 52개 기업이 대열에 합류했다. DJSI 월드, 아시아퍼시픽, 코리아 중 한 곳 이상 편입된 우리 기업 수는 총 57개다.
전년 대비 지속가능 경쟁력이 가장 높은 향상을 보인 산업은 전자부품·장비 산업과 운수산업으로 나타났다. 전자부품·장비 산업은 전년 대비 평점이 23.5%나 올랐다. 운수산업은 18.2% 상승했다. 반면 석유·가스 산업과 개인용품 산업 평점은 각각 6.8%, 6.0% 감소했다.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문은 기업지배구조와 윤리경영 부문으로 나타났다. 기업지배구조는 이사회 구성과 운영과정상 독립성과 효율성, 다양성과 함께 보수 결정 절차 투명성을 평가했다. 우리 기업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사외이사 선임과정 투명성과 다양성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활동에 대한 객관적 평가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DJSI에 편입되는 우리나라 기업 수는 지난 3년간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DJSI 월드 편입 한국 기업은 2013년 이후 21개사 수준을 유지했지만 DJSI 아시아퍼시픽은 2013년 40개사, 2014년 41개사, 2015년 41개사로 지난 3년간 1개 기업만 늘었다.
홍순직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는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필요한 높은 사회적책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우리 기업 DJSI 편입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데 글로벌 무대에서 사회적책임 수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기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속성장추구 우수 기업 ‘한전KPS’
전력설비 정비 전문 기업 한전KPS는 7년 연속 DJSI 코리아 최우수 기업, 공기업 최초 17년 연속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발전설비 노후화에 따라 성능개선, 설비 교체 등 기존 인력 중심 정비 서비스에서 탈피해 엔지니어링 기반 고부가가치 사업 구조로 전환을 추진했고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한전KPS는 발전설비 출력 효율 향상, 수명 연장 등 성능개선을 위해 설계·해석·평가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연구개발, 교육훈련 투자도 지속 늘렸다.
장기 성장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 양성, R&D시스템도 구축했다.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발전설비 분야별 전문가 양성을 위한 R&D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를 경력직으로 채용해 혁신 기술을 확보하고 해당 기술을 사내에 전파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등 해외시장 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각 타깃시장에 적합한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17년 R&D 콤플렉스가 완공되면 R&D와 인재개발 양성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성장추구 우수 기업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는 자동차 부품 산업 내 600개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성 우수 기업으로 인정 받아 지난해 DJSI 아시아퍼시픽부문에 3년 연속 편입됐다.
한국타이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CSR를 하나의 기업문화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일상 업무에서 지속가능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CEO 주관하에 CSR 전략위원회와 9개 CSR 소위원회를 정기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리스크 관리와 비상대응, 위기관리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별도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개선활동을 추진했다. 업무 기능별 담당부서와 담당자가 기존 관리항목을 검토하고 위험요소를 조사해 대응방식, 관리기준을 정비했다. 13개 필수 대응 사건을 선정하고 사건별 비상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한국타이어는 제품 원료 구매단계부터 생산, 사용, 폐기에 걸친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있다. 2012년 금산공장을 시작으로 2013년 헝가리공장, 2014년 중국 가흥·강소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모든 과정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해당 공장에 필요한 환경영향 절감 부분을 확인했다. 개발 초기부터 환경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2015/16 DJSI 편입 한국 기업 현황
자료:한국생산성본부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