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 먹고 살 것인가에 고민이 깊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가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웬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른다. 단순한 불경기 탓이라면 그냥 넘겨버리겠지만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거시 경제적으로는 주요국 환율, 이자율, 통화, 유가 등 정책으로 인해 우리 경제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전 경제부총리 출신의 한 전문가는 주변국이 원자폭탄을 무기로 한 경제 전쟁을 진행하는 가운데 우리는 꼼짝없이 낙진을 뒤집어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지배구조에서 행동양식까지 우리 경제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기술력이 점점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변수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2013년 우리와 중국의 기술격차는 1.1년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수 전문가는 양국 기술력이 최근 2~3년 새 역전됐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더 이상 선진국 기술을 수입해 값싼 조립품을 만드는 국가가 아니다. 국내 어느 통신사가 들여온 샤오미 핸드폰이 기대 이상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하루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중국은 현재 전자제품, 철강, 조선 등 전통 주력산업부터 태양광, 전기차, 드론 등 신산업, 나아가 전자상거래까지 혁신적 기업을 속속 배출하고 있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에서 중국업체는 사람이 타는 드론, 빨래 개는 로봇(Laundroid), 1인용 변신 로봇 등을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면에 우리 사정은 그렇지 않다. 다음, 카카오 등 일부 인터넷 기반 회사를 제외하면 현재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은 20∼30년 전 개발 연대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블룸버그가 최근 발표한 세계 400대 부자 목록 중 65%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중국은 29명 중 28명, 일본은 5명 모두 자수성가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5명은 모두 상속형 부자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기업가나 기업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 산업의 혁신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증거이다.
사람이 숨을 쉬듯 기업은 혁신해야 한다. 기술혁신은 기업 혁신의 중추로서 기업 또는 제품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시켜 주는 필수 활동이다. 작년 말 수년간 지속적인 R&D에 투자한 결과 글로벌 제약회사에 수조원에 달하는 기술을 수출하는데 성공한 한미약품의 사례가 보여주듯 기술혁신은 기업의 생존전략 그 자체다.
정부도 기업의 기술혁신을 우리 경제의 난관을 극복하는 해법이라 보고, 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민관 합동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무인항공기,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시스템, 직류 송배전 시스템 등 미래 우리 산업을 이끌고 갈 19대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해 기술혁신을 지원 중이다. 기술개발에 더해 규제 개선, 표준, 인증, 금융 지원, 글로벌시장 진출 등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정부가 지원 중인 미래성장동력 분야에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발위해 글로벌 사업화에 성공한다면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 리스트에 우리가 모르던 한국기업이 이름을 올리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또 이들 새내기 기업은 혁신의 모범사례가 되어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운과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대 미래성장동력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물심양면에 걸친 전폭적 지원을 기대한다.
박희재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장 hjpahk@os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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