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車업계 득실 계산 “바쁘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는 유가하락에 따른 득과 실을 따져 올해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소비자에게 우호적 시장 환경이 마련됐지만 경기침체로 실수요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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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 항에서 현대·기아차의 해외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6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국제 유가 대응 전략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30%가량 더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초 현대·기아차는 올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52달러 선으로 예상했다. 다른 국산차 업체도 저유가 시대에 대비해 신차와 수출 물량 생산 계획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저유가 혜택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픽업트럭 중심으로 판매가 크게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인 1747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픽업트럭 판매량은 전년 대비 9.7% 증가한 254만대다. 미국 자동차 판매 순위 1~3위도 포드, GM, FCA ‘빅3’ 픽업트럭이 모두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도 저유가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사상 최대치인 182만대를 기록했다. 그 결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인 8600만대까지 확대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6.22달러로 지난 한해 동안 47.5%가량 하락했다. 1986년 51% 하락한 이후 29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지난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50.69달러로 2005년 49.59달러 이후 가장 낮다. 국제유가 기준 역할을 하는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9.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30달러가 무너진 것은 200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17일에는 국제사회가 이란 제재를 해제하면서 원유 생산량이 연간 100만배럴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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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국제 유가 흐름

국제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올해 글로벌 경제는 저유가를 ‘호재’가 아닌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동, 러시아 등 신흥국은 유가 하락으로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자동차 시장도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26.5% 하락한 245만대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도 9%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신흥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도 수출 부진으로 소비여건 개선 가능성이 낮아졌다. 중국은 유가하락과 무관하게 휘발유 공급 가격을 낮추지 않기로 결정, 내수 완성차 시장 성장 가능성을 더욱 낮췄다.

저유가는 친환경차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를 ‘친환경차 대중화 원년’으로 삼고 다양한 지원을 확대했다. 업체도 올해 내수 시장에 투입하는 친환경차량만 20대가량 된다. 특히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신차는 총 14종으로 올해 시장 규모가 5만~6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저유가로 인해 일반 차량보다 가격이 비싼 친환경차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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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하이브리드 전용차 `아이오닉`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일반 차량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약 500만원, PHEV는 1500만원, 전기차는 2000만원 이상 비싸다”며 “휘발유 가격이 1000원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친환경차 구매 수요는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고 디젤 차량 수요도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차 업체는 내수보다 수출 시장에서 판매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신흥국 판매 비중을 낮추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 판매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과 함께 고급차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투싼 플랫폼을 이용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생산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쌍용차는 러시아 수출을 잠시 중단하고 서유럽과 중국 시장에서 ‘티볼리’ 판매에 집중한다. 내수시장에서는 저유가로 중·대형 세단 판매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차 ‘K7’, 르노삼성차 ‘탈리스만’, 한국지엠 ‘말리부’ 등 신차를 전격 투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빼앗긴 소비자를 돌릴 계획이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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