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셰일혁명, 저유가에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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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유가 시대를 촉발한 미국 셰일혁명이 흔들리고 있다. 셰일오일 관련 많은 업체가 빚더미에 휩싸였고 파산과 해고, 투자 축소가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가 저유가에도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며 ‘치킨게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OPEC 국가 원유 생산비는 배럴당 10~15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생산비가 배럴당 약 50달러 수준인 셰일오일 업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58개 석유회사가 대규모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을 신청했다. 셰일혁명을 이끌며 저유가 상황을 촉발시킨 미국 회사가 40곳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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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공급전망.

미국 셰일혁명은 세계 원유 생산량 증대에 기여했다. 미국에서 수평시추·수압파쇄법이라는 신기술 도입으로 촉발된 셰일혁명 여파로 저유황 경질 타이트오일(LTO) 생산이 2011년 이후 급증했다. 199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셰일오일 생산에 따라 2008년 이후 급격한 증가세로 전환했다. 2013년 미국 내 총 원유 생산량에서 셰일오일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볼 때 분명 셰일혁명이 가장 큰 유가급락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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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원유생산량 변화 추이.

미국 원유생산은 그동안 단위유정당 차지하는 면적 축소, 생산지 내 효율성 높은 유정 생산 집중 등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비를 지난 2014년 65달러/배럴에서 2015년에는 50달러/배럴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15년 7월 이후 40달러/배럴대 이하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산성이 낮은 유정 폐쇄, 신규투자 감소 등으로 2015년 4분기에는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어 2016년도 역시 감소세가 3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전서비스회사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북미 시추기 수가 60% 감소했다. 과거 ‘셰일 혁명’이 한창이던 2011년 북미 지역 내 시추기 수가 2300기를 상회했으나 최근 지속되는 저유가 여파로 가동대수가 가파르게 하락해 920여기 수준까지 줄었다.

그러나 셰일혁명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에는 시추를 한 후 상업성 부족으로 생산을 개시하지 않은 셰일오일 유전이 많다. 이곳은 국제유가 반등 시 생산을 개시할 수 있어 급격한 국제유가 반등 억제 역할을 한다. 셰일오일은 전통자원과 달리 생산주기가 매우 짧다. 전통자원은 광구를 개발하고 시장에 공급하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되지만 셰일오일은 불과 수 주일 안에 유정을 시추하고 석유를 생산해 시장 공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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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미국 셰일오일 업계는 기술개발과 M&A를 활용한 생산단가 개선으로 저유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지속적 기술개발과 시추 원가가 낮은 업체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친다. 셰일오일 업계 전체 석유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으나 드릴날, 실시간 원격조종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5년 전에 비해 셰일 굴착 시간은 50% 줄었고 굴착 거리도 갑절 이상 길어졌다는 분석이다.

저유가 기조가 오히려 셰일오일 업체 혁신을 부추겨 이들의 생존력 키워주고 있다. 셰일혁명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