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네온사인과 소리는 사람들의 분별력을 잃게 만들면서 더 많은 리스크를 겁없이 감수하게 만든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의 반짝이는 불빛과 시끄러운 소리는 관광객과 도박자들에게 이 도시를 가장 인기있는 상징적 도시로 만들어 주고 있다. 하지만 네온사인은 방문객을 불나방처럼 만들고 카지노의 불빛과 소리는 도박하는 사람들을 더 깊숙이 도박에 빠뜨리며, 더 큰 위협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연구진들은 최근 도박하는 사람들이 인지하는 신호가 위험(risk)을 감수하는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쥐카지노(rat casino)로 불리는 장치로 실험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캐서린 윈스탠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박사(심리학)는 “카지노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분명해지는 한 가지 사실은 빛과 소리, 그리고 수많은 것들이 감각을 자극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런 종류의 반짝이는 빛과 소리를 쥐 전용 도박게임에 적용했을 때 그들의 선택을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고 실험 배경을 설명했다.
캐서린 박사가 사용한 쥐카지노는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으로 구성돼 있었다.
쥐들의 도박게임 실험에서 32마리의 쥐들은 4개 옵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각 선택 결과에 따라 서로 다른 수준의 보상과 징벌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쥐들의 카지노게임 승자에겐 단 음식이 제공됐지만 실패한 쥐는 페널티 박스로 보내졌고 게임을 못하는 타임아웃 시간을 보내게 했다.
똑똑한 쥐들은 높은 위협에 따른 높은 보상 옵션만이 최고의 전략은 아니며 계속해서 작게 베팅을 하면 손실을 줄이면서도 설탕을 최대한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재빨리 배웠다.
하지만 게임에 참여한 쥐들에게 빛과 소리같은 신호를 추가하자 쥐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도박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게임에서 쥐들은 지속적으로 가장 위험한 선택을 하면서 문제성 있는 도박에 올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도박자들은 대박 가능성을 인식할 때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위험한 베팅을 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외부에서 오는 심리학적 신호는 도박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려 위험한 결정을 하게 만들 가능성을 더욱더 높게 만든다.
이 문제있는 도박의 보상 경로는 약물중독과도 유사했다. 뇌속의 도파민 수용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UBC연구진은 약물을 사용해 쥐 뇌에 있는 특정 도파민 수용체(D3수용체)들을 차단함으로써 쥐들이 카지노에 있는 문제의 도박자들(도박중독자들)처럼 구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윈스탠리박사는 “이 특별한 약물은 중독에 대한 잠재적인 치료제로서 많은 희망을 보여주었다...소리와 빛 신호를 이 도박게임에 추가함으로써 도박중독과 관련된 더 나은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동물들이 이 위험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원인을 연구함으로써 도박의 무질서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쥐 카지노 실험결과에 대해 “보상과 연계된 신호가 더 높은 수준의 중독성을 보이면서 실험대상자의 최고이익에 반하는 편향된 비용/이익 관련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시연”이라고 결론내렸다.
이 연구결과는 뉴로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이재구 전자신문인터넷 국제과학 전문기자 jk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