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광물공사 3년간 신규투자 ‘0’…자원개발 손 놓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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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가,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매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정부-공기업-민간으로 이어지는 협력 구조가 깨지면서 해외 투자에 손을 놓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사실상 끊겼다. 자원개발사업 부실 논란에 휩싸여 정부 내 부정적 기류가 형성됐고 예산·정책 반영도 부진했다. 최근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하락을 기회 삼아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경쟁국과는 정반대 행보다. 호흡이 긴 자원개발 특성을 감안하면 연속성 없는 정부 정책으로 저가 매수 호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원개발 손 놓은 한국

최근 3년 새 한국석유공사 석유·가스 분야 신규 해외투자 건수는 단 한 1건에 불과했다. 2013년 신규 투자를 진행한 뒤 단 한건도 추가하지 못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연평균 네 건씩 신규투자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중단에 가까운 흐름이다. 가스공사 신규사업도 2013년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단 한건에 불과했다. 지난 2011년 9건에 비하면 신규사업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관련 투자도 이 기간 25억달러에서 4억달러로 줄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2013년 1건을 끝으로 새 사업이 없다. 광물자원공사는 이전 매년 4~5건씩 사업을 발굴해 투자를 이어왔다.

민간업계 투자도 덩달아 줄었다. 민간 해외 자원개발 신규 투자 건수는 지난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광물, 석유·가스 분야 신규 투자건수는 각각 4건에 그쳤다.

2011년 석유·가스 분야에서 34건 신규사업이 이뤄졌지만 이듬해 15건으로 반토막 난 뒤 2013년, 2014년 각각 4, 5건으로 줄었다. 광물분야는 2010년 43건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그해 37억6800만달러로 치솟은 투자금액은 2014년 50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민관 컨소시엄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공기업 사업 중단으로 민간투자도 줄었다.

◇“저가 매수 기회 놓칠라”

자원개발업계에 부는 칼바람은 정부 내 부정적 인식에 기인했다. 직전 정부가 국정 어젠다로 해외자원개발을 내걸고 공기업 대형화, 해외 대형 광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실논란이 터지자 현 정부는 곧바로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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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자원개발 성과를 두고 부실논란이 발생하자 확실한 선긋기에 나섰다. 사진은 석유공사가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

성공불융자 등 관련 예산을 축소했고 공기업 투자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성공불융자는 자원개발 기업에 탐사 비용을 빌려주고 성공하면 원리금과 특별 부담금을 징수해 융자보다 많은 금액을 갚게 하고 실패 시 융자금을 전액 혹은 일부 감면해 주는 제도다.

매년 수요 조사를 통해 책정하지만 정부 기조가 예산 편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석유가스분야 성공불 융자금액은 지난해 1137억원으로 2011년 2217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 유가·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며 매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공기업-민간으로 이어지는 협력 구조가 깨지면서 우리나라는 해외 투자에 손을 놓고 있다.

과도한 유가 하락으로 자원개발 시기를 두고 적기 논란도 따르지만 이를 감안해도 자원개발업계 손발이 묶인 상황은 문제라는 지적이 따른다. 신규 사업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어렵게 다져진 해외 네트워크가 사라져 앞으로 시장 진입에 상당기간 추가노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원개발 공기업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 자산 인수나 탐사 관련 투자대상은 전혀 찾지 않고 있다”며 “신규 투자는 재무구조 등 개선이 이뤄진 뒤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 관계자는 “유가 하락이 과도해 지금 인수하면 손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하반기 반등을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민간업계가 사업에 나서지 못하는 지금, 공기업이 당장 인수가 아니라도 신규 투자 검토를 꾸준히 해야 하는데 그 마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중국은 예산 확대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에 손을 놓고 있을 때, 중국·일본 등 경쟁국은 오히려 속도를 올린다. 일본은 올해 해외자원개발 예산으로 632억5000만엔(약 5898억원)을 책정했다. 우리나라 예산 958억원 대비 6배 이상 많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일본은 13% 늘렸고 우리는 73%가량 줄었다. 정책금융 지원 규모는 더욱 차이가 벌어진다. 2014년 일본이 일본석유천연가스광물자원기구와 일본국제협력은행을 통해 2조2810억엔(약 22조7000억원)을 지원했다. 우리나라는 2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8배 이상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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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에 맞춰 자원개발 예산을 늘리는 등 공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중·일 3국 해외자원개발투자액은 한국이 67억9300만달러, 일본은 14배 많은 11조4006억엔(약 934억달러), 중국은 10배 이상 많은 약 712억달러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에너지구조가 비슷하다. 자원보유량이 적어 수입 의존도가 높다. 최근 유가, 원자재 가격 하락을 기회로 보고 자원개발업계 투자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경기 침체로 과거 대형화 추진 당시보다는 자원개발 투자가 축소됐지만 여전히 M&A 시장에서 큰손으로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성공불융자예산 현황

(단위 : 백만원)

자료:기획재정부

석유·광물 공사 신규 투자 (단위:건)

자료:각사

석유·가스·광물공사 3년간 신규투자 ‘0’…자원개발 손 놓은 한국
석유·가스·광물공사 3년간 신규투자 ‘0’…자원개발 손 놓은 한국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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