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부터 9일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박람회인 CE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다. 매년 초 세계 시장 트렌드를 이끌고 미래 사회 모습을 예견한다. 약 17만명이 참석했으며 세계 언론이 집중됐다. 이미 전자신문을 비롯해 수많은 언론에서 보도되었듯이 스마트가전, 스마트카, 사물인터넷, 드론, AR·VR(증강현실·가상현실) 등이 큰 관심을 끌었다. CES에 출품된 제품 연대기를 보면서 1981년 IBM-PC, 2007년 아이폰 등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크게 변화시켰는지 실감하였다. 이제 더 이상 PC, 스마트폰은 CES 이슈가 아니었다. 그 자리를 새로운 혁신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변화의 물결은 더욱 크게 그리고 더욱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사회는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를 지나 이제 지능정보사회로 발전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라고 하면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로봇을 떠올리며 이는 아직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서는 지능화된 정보서비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번 CES는 그런 사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 사례로, 자동차 전면유리에 블랙박스 크기의 안전운행장치를 부착하면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에 주행 중인 차량, 지나가는 행인, 공사현장 위험물 등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똑똑한 조수’ 서비스가 곧 상용화된다. 고속도로 사고 주범인 졸음운전, 부주의, 무단 횡단,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인한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몇 년 후 현재 시험 중인 자율주행도 상용화가 가능하다.
다른 사례를 보자. 헬스케어와 스포츠 사물인터넷은 이미 시험·실증 단계를 지나 다양한 상용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헬스케어의 경우 인공지능 시스템이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여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홀로그램 주치의가 나타나 건강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도 상용화 단계에 있다.
즉 인공지능 시스템이 수면, 영양, 심리, 체력 등 건강한 삶을 위한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안경형 AR·VR기기를 지능정보시스템에 연동하니 안경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영상을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식하고 착용자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안내했다. 산업·재난·군사 현장 등에서 유용한 서비스다.
이러한 기술이 가능하게 된 원인은 첫째, 반도체·프로세서와 같은 하드웨어 전자부품을 고도화했고 둘째, 분야별 전문기업들이 딥러닝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최적화했다. 셋째,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면 및 제품 디자인을 대폭 개선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져 과거 단순히 가능성만 보여주는 제품이, 이제는 구매하고 싶은 제품으로 변모했다.
우리는 1980년대 중반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선도하자’라는 기치 아래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정보통신 분야, 전자정부 분야 등에서 손꼽히는 ICT선진국이 됐다. 이제 우리는 정보화를 넘어 차세대 지능정보화 시대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지능정보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행정, 교통, 건강, 복지, 산업, 국방 등 국가 사회 전반에 적용해 각종 사회 현안을 해결하고 새로운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즉 미래는 지능정보화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번 CES는 그러한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기술지원본부장 이재호 jaeho@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