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자업계 기업 간 거래(B2B) 영역이 육상과 해상, 공중을 넘나들고 있다. 소비자거래(B2C) 판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활용처를 발굴, 기술과 제품 가치를 강조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유럽 크루즈 선사 ‘MSC 크루즈’에 TV, 스마트폰,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의료기기, 프린팅솔루션 등을 공급키로 합의했다. 오는 6월과 내년 12월 취항할 스마트 크루즈 두 대에 이들 제품이 공급된다. 객실 TV는 물론 디지털 사이니지, 선내 의료시설에 쓰일 의료기기, 승무원 업무용 모바일 기기 등이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호주 콴타스항공에 가상현실(VR) HMD ‘기어 VR’을 공급, 1등석 승객에게 VR 콘텐츠를 제공키로 했고 일본항공(JAL) 스마트 공항 구축 시범사업에는 ‘갤럭시 기어2’를 공급했다. 2014년 스위스 연방 철도청(SBB) 모바일 오피스 구축 사업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3만여대가 납품됐다.
B2B는 전자업계에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 구입 시 여러 변수가 고려되는 B2C와 달리 한번 공급선을 확보하면 장기간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012년 프린팅솔루션 사업에 뛰어든 것은 복합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유지·보수, 소모품 판매가 가능한 업종 특성이 배경이다.
일본 전자업계는 일찍이 B2B로 체질을 바꿨다. 파나소닉과 소니, 히타치는 B2B에서 장기 성장동력을 찾은 지 오래다. 삼성전자, LG전자가 가지 않은 길로 절대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고즈카 마사유키 파나소닉 AVC네트워크사업부 미디어얼라이언스부장(UHD얼라이언스 이사)은 “파나소닉은 B2B 기업”이라며 “그룹 사업 기조는 B2B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기존 TV, 가전 사업을 축소한 대신 항공기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전장부품, 고해상도 영상 솔루션, 스마트시티, 에너지에 집중한 배경이다. 과거 B2C 호황 시 축적한 기술을 B2B에 응용, 손쉽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파나소닉은 이 덕에 2015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서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8% 증가한 1113억엔, 영업이익은 13% 늘어난 2004억엔을 기록했다.
‘파나소닉 B2B’ 공세는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 스마트시티 솔루션 ‘시티나우’를 공급키로 하고 교통, 의료, 에너지, 행정 등 공공에 적용할 계획이다. 65만 덴버시민이 고객이 되는 셈이다. 테슬라와 미국 네바다주에 건설 중인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에는 16억달러를 투입했다. 소니와 히타치 역시 CMOS 이미지센서, 발전, 정보통신, 철도차량에서 활로를 찾았다.
LG전자가 2013년 통합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를 출범시키고도 3년여 간 적자를 감내한 건 이 때문이다. GM,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업계를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적자를 축소, 이르면 올해 말 분기 흑자전환도 점쳐진다. 구본준 LG 부회장이 ‘신성장사업추진단’을 이끄는 것도 B2B 신사업 발굴이 목적이다.
B2B는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구본무 LG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신시장 개척’ ‘선제적 변화’를 꼽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장(사장)은 “주도적 변화로 B2B 사업 체질을 완성하자”며 B2B 중심 경영환경 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 전자업계 B2B 역량 강화(자료: 업계)>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