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국제공동연구팀이 생체 물질인 DNA를 이용해 고성능 그래핀 소자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는 홍석원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공동교신저자)와 강석희 부산대 인지메카트로닉스공학과 박사과정생(제1저자)이 주도했다. 권세훈 부산대 재료공학부 교수(공동교신저자)와 황완식 한국항공대 교수, 지퀀 린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DNA 리소그래피’라는 새로운 공정으로 대면적 고성능 그래핀 나노리본 트랜지스터 제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세계 처음 실험으로 입증했다.
‘그래핀 나노리본 구조체’는 전기적 특성이 우수해 반도체 트랜지스터에 활용되는 등 실리콘 대체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자빔 식각 등 고가장비를 사용해야 하기에 제작 비용이 높고, 또 전자빔에 의한 소자의 성능저하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바이오 고분자 물질 ‘DNA’를 대면적 기판 위에 1나노미터(㎚) 정도 ‘나노와이어’ 형태로 정렬하는 새로운 공정 기술을 착안했다. 그래핀 기판에 DNA 나노와이어 어레이(나노선 정렬체)를 만들고, 이를 전사 패턴으로 활용하면 매우 빠르고 간단하게 대면적 그래핀 나노리본을 제작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생명체 속 유전 물질인 DNA는 나노미터 크기의 얇고 긴 특성으로 다양한 계면물질과 결합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DNA 특성과 자연계에 존재하는 ‘자기조립’ 현상을 결합해 고성능 그래핀 트랜지스터 제작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으로 이를 입증했다.
용매 증발에 의한 자기조립 현상을 이용해 친수성 DNA를 소수성(물과의 친화력이 적은 성질)을 띠는 폴리다이메틸실록세인(PDMS) 기판 위에 형성한 후, DNA 배열을 미리 제작한 그래핀 위에 전사했다. 그 결과 PDMS 기판 위의 DNA 배열이 그래핀 위로 옮겨졌다. 이어 선택적 식각 공정으로 DNA 하부에 있는 그래핀을 남기는 방식으로 수십 ㎚대 그래핀 나노리본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나노 레터스’ 12월호에 실렸다.
홍석원 교수는 “나노 크기 DNA를 반도체 제작 공정에 적용한 사례로, 자기조립이라는 자연계 원리에서 영감을 받아 오랜 기간 긴밀한 융합연구를 통해 거둔 성과”라며 “저비용으로 고성능 그래핀 나노리본 트랜지스터를 손쉽게 만들 수 있어 다양한 웨어러블, 플렉시블 적용 기기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