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기업·공공기관에 대한 국가고객만족도(NCSI)가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더욱 깐깐해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제품·서비스 질을 지속적으로 높여온 노력의 결과다.
한국생산성본부(KPC)와 미국 미시간 대학이 공동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2015 NCSI(국가고객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차원 고객만족도는 74.1점으로 전년 73.4점에 비해 0.7점(1.0%) 상승했다. 1998년 NCSI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이자 2010년 전년 대비 1.7점(2.4%) 상승한 뒤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NCSI는 우리나라 73개 업종, 314개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 고객 8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조사했다. △경제부문 △업종 △기업으로 구분되며 국가차원 고객만족도는 3개 분야를 아우른다.
경제 부문에서는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14개 부문 가운데 9개 분야 만족도가 상승했다.
도매·소매업은 전년 대비 2.1점(2.9%)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6월을 저점으로 소비심리가 점차 개선되면서 정부 경기 부양책과 기업 고객만족 활동이 실효를 거뒀다는 평가다. 금융·보험업이 1.8점(2.5%) 올라 뒤를 이었다.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 1.3점(1.8%), 숙박·음식점업 1.2점(1.6%), 전기·가스·증기·수도사업 1.0점(1.4%) 상승했다. 반면에 건설업종 만족도는 가장 크게 하락했다. 1.0점(1.4%) 지수 하락을 기록했다. 층간소음 방지 등 최근 트렌드를 미처 반영하지 못하면서 고객 체감 품질 변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전년과 비교가 가능한 71개 업종 중 45개 업종 고객만족도가 상승했다. 2014년 상승업종이 31개인 것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기업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호텔업은 84점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투숙객이 급감했지만 고객 한 명에 대한 서비스 품질은 향상됐다는 평가다. 면세점(79점), 병원(78점)이 뒤를 이었다. 병원은 고객유지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업종별 NCSI점수는 최고 84점에서 최저 67점 분포를 보였다. 최고점과 최저점 격차는 17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2011년에는 아파트(77점)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2012년 호텔이 7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뒤로 4년 연속으로 수위를 지켰다.
전문대학 고객만족도는 전년 대비 5점이나 상승한 69점을 기록했지만 사립대학교는 67점을 기록하며 가장 만족도가 낮은 업종 불명예를 안았다. 국립대학교는 조사를 시작한 2011년 68점으로 출발하여 작년까지 큰 변화 없이 60점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70점대에 진입했다. 소형승용차는 조사대상 승용차 등급 중 가장 큰 폭 상승세를 보였다. 안전성을 높이고 파워트레인 위주로 내실을 다지는 전략이 효과를 봤다.
항공 업종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 등장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대기업 항공사 만족도가 감소했다. 초특가 마케팅 및 할인행사 등으로 인해 대형항공사 고객이 줄고 만족도도 동반 하락했다.
기업별로는 호텔신라, 롯데호텔이 86점을 얻어 수위에 올랐고 조선호텔이 85점으로 뒤를 이었다. 기업별 만족도에서 호텔 기업은 1위부터 11위를 휩쓸었다. 평점은 모두 80점을 넘어 국가차원 NCSI를 크게 웃돌았다.
2015 국가차원 NCSI는 73.8점을 기록한 미국 고객만족도지수인 ACSI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NCSI 4분기 기준, ACSI 3분기 기준).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2014년 NCSI가 2.2점 낮았지만 2015년 ACSI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자리가 바뀌었다. ACSI는 2013년 76.8점을 기록하는 등 이전까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해 나갔다. 하지만 2014년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NCSI는 74.1점으로 1998년 이후 15.3점 상승한 반면에 ACSI는 7분기 연속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아직 NCSI가 열세다. ACSI가 전반 강세를 보인 가운데 호텔,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서비스 등 10개 업종에서 NCSI가 우위를 보였다.
KPC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가격, 서비스 민감도가 커졌고 기업 대응활동도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는 기업이 새로운 수요 창출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 노력에 나서고 틈새 수요 공략 제품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박스>
【사진1】국가고객만족도(NCSI: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는 국내 또는 해외에서 생산돼 국내에 판매된 제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이를 직접 사용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 평가한 만족 수준을 계량화한 지표다. 최소 측정 단위는 개별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또는 제품군(Product Line)이다. 측정 결과는 △개별 기업(Company Level) △업종(Industry Level) △경제부문(Economic Sector Level) △국가(National Level) 단위로 각각 발표된다.
NCSI 모델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기대 수준, 인지 품질, 인지 가치, 종합 만족, 고객 불평률, 고객 충성도, 고객 유지율로 구성된다. 모델 구성 요소 간 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기존 고객 만족 측정 모델에 비해 신뢰도와 완성도가 높다. 경쟁 기업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대한 고객 만족 수준 차이를 분석해 개별 기업 마케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준다.
NCSI는 국내외에서 생산·판매 활동을 하는 외국 기업 제품·서비스도 측정 대상에 포함시켜 국내 기업과 품질을 비교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 받는다. 전체적인 산업과 국가 품질 경쟁력을 관리하는 데도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2015년 NCSI 순위 및 점수>
<연도별 국가 차원 NCSI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