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11년 9개월 만이다.
정유업계, 에너지·자원 가격 정보제공업체 등에 따르면 7일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 가격이 3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배럴당 29.92달러 기록한 지난 2004년 4월 7일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 원유(WTI) 등의 가격도 32달러대로 추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2월 인도분은 배럴당 32.16달러로 2.07달러 떨어졌다. WTI 2월 인도분은 뉴욕 시장에서 1.87달러(5.5%) 떨어져 32.10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2003년 12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종파 분쟁 격화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논의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중국 경제부진 우려 등이 겹치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원유 재고도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미국 휘발유 및 중간유분 재고는 전주보다 각각 1058만배럴과 631만배럴 증가했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 급락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두바이유는 우리나라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중동산 벤치마크 유종이다. 업계는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할 때 석유제품가격도 동반 하락하면서 재고손실, 마진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최근엔 유가 하락이 오히려 영업이익 증가에 도움이 됐다.
원료 구매 비용은 줄어든 반면에 제품가격이 유지되면서 마진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석화업계도 원료로 주로 석유제품인 나프타를 사용하고 있어 비슷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유가 급락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부담스럽다. 재고손실이 커지고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제 유가 하락은 미국 휘발유 재고량 급증 소식에 영향을 받았다. 미국 주간 휘발유 재고량은 1993년 5월 이후 최대인 1058만 배럴이다. 저유가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석유제품 소비국 경기에 따라 제품 가격은 언제든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이 수혜, 또는 손실로 작용할지는 원유·제품 가격 추이를 같이 봐야 한다”며 “제품 수요가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유가하락이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되지만 동반 하락한다면 정제마진 축소와 재고손실이 동시에 발생하는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