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SKT의 CJ헬로비전 인수와 `나비효과`

1999년 겨울 밀레니엄 버그와 새로운 세기 시작으로 시끄러웠던 시점 우리나라 통신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이 내려졌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결정이다. 당시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 인수가 ‘SK텔레콤과 같은 800㎒를 사용해 주파수 이용과 통신망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시장점유율 50% 이하’라는 조건을 붙여 승인했다. 그 결과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등장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Photo Image

현재 결정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점에 비춰볼 때, 사업자 간 경쟁이 존재하지 않으면 가격인하 유인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자명하다.

해외에서도 사업자 간 경쟁 감소로 요금인상·서비스 품질 저하와 같은 이용자 편익 감소를 우려해 인수합병을 불허한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5년 4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결정한 컴캐스트-TWC 합병 불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미국 유료방송시장의 30%, 인터넷 시장 57%를 점유하게 돼 소비자 편익 감소를 우려해 내려진 결정이었다.

기업 간 인수합병이 반드시 시장 경쟁과 시청자 편익 감소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인수합병은 변화된 시장 환경을 고려한 사업자 간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다. 다만 인수합병으로 인해 소비자 편익이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는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2015년 11월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를 발표했다. SK텔레콤은 방송사업 진출을 통해 통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CJ그룹은 IPTV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콘텐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방송사가 통신서비스를, 통신사가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 경계가 흐려지고 사업자 간, 서비스 간 융합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이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편에서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시켜 소비자 편익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통신사의 방송사 인수가 방송의 사회적 역할을 축소 또는 훼손시킬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는 점에서 방송의 사회적 역할에 검토가 필요하다. 유료 다채널방송이라는 점에서 케이블TV와 IPTV는 동일하다. 다만, 케이블TV는 지역별로 분리된 지역사업인 반면 IPTV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사업이다. 지역기반인 케이블TV는 사회적 책임 즉 공익성, 공공성에 대한 규제 및 의무를 더 부과 받고 있다.

케이블TV는 SO별로 지역 채널을 운영해야 한다. 지역 매체가 고사되고 있는 미디어환경에서 SO의 지역 채널이 지역 매체로서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매체는 정보 및 뉴스제공의 역할을 넘어 지역분권 및 지역자치제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역채널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 해도 방송법에 의해 SO지역채널은 운영될 것이다. 그러나 통신시장에서 방송서비스는 통신서비스의 결합상품으로 전락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시장의 변화로 인해 방송의 공익성과 지역성이라는 이념적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1960년대 미국 한 기상학자는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이론을 처음 주장했다. 나비의 날갯짓 같은 아주 작고 의미 없어 보이는 현재의 행동이, 텍사스의 토네이도와 같이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한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영향력에 비해 지역채널에 대한 필자의 우려는 나비의 날개짓에 비유할 만큼 작은 이슈로 치부할 수도 있다.

자칫 방송의 지역성 훼손이 지역분권과 지역자치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기본가치에 금이 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까 걱정스럽다.

송종길 경기대 교수 jgsong@kyonggi.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