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프로메테우스 ‘생명의 기원’

2012년 개봉작 프로메테우스는 관람객 사이에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작품이다. 거장 리들리 스콧이 탄생시킨 새로운 우주라는 극찬도 있지만 개연성이 떨어지고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하지만 2시간 내내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게 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다.

영화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후인 2089년이다. 세계 곳곳에서 인간이 외계인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했다는 증거가 발견된다. 고고학자 부부는 별자리를 분석해 LV 233 행성에 가면 인류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각각의 목적을 가진 탐사대가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를 타고 신비의 행성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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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대는 ‘엔지니어’로 부르는 외계인이 인류를 창조했다고 봤다. 실제로 영화 초반 엔지니어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 유전자 조작으로 지구에 수많은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영화는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이처럼 외계 생명체로부터 온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탐사대가 도착한 행성은 엔지니어가 사는 곳이 아니었다.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엔지니어 우주선이 잠시 들른 행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엔지니어는 탐사대에 적대감을 표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지구를 향해 출발하는 엔지니어 우주선과 충돌해 자폭한다.

결국 모든 탐사원이 사망하고 주인공 쇼 박사와 인조인간 데이빗만 살아남는다. 쇼 박사는 엔지니어가 만든 지구를 왜 다시 파괴하려 하는지 답을 찾기 위해 엔지니어의 다른 우주선을 타고 떠난다.

프로메테우스는 과학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인 생명과 인류의 기원을 다룬다. 창조론을 주장하는 일부 종교계와 달리 과학자는 생명 탄생과 진화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을 내놓는다. 물과 흙밖에 없던 태초의 지구에서 생명의 근원인 DNA가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는 주장도 있다. 지구에 운석이 충돌하며 외계로부터 DNA의 근원이 왔다는 시각도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우주에 우리와는 다른 생명체(외계인)가 존재하며 이들이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과 인류를 탄생시킨 것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 제목과 우주선 이름을 프로메테우스라고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문명을 가르친 것으로 묘사된다.

프로메테우스는 단순한 공상과학(SF) 영화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 생명의 기원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서는 과학의 힘으로 생명의 기원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엔지니어가 다시 인류를 파괴하려는 이유를 놓고는 철학적인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

답답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생명의 기원은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철저히 개인 생각과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편이 기다려지는 것은 언젠가는 생명의 기원을 밝혀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호기심 때문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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