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에도 정유사 영업이익은 호조세가 꺾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유가 급락으로 조단위 재고 손실을 기록한 것과 견주면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이런 차이를 가른 것은 원유와 석유제품 간 가격차, 즉 정제마진이다. 2014년엔 재고 손실과 정제마진이 모두 좋지 않아 손실을 냈다. 지난해엔 원유 가격 하락이 오히려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가져왔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보다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정유업계 재고손실폭은 연간 최대 규모로 추산됐다. 증권가에서 추정한 정유업계 재고손실 규모는 6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신영증권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이 4분기에 각각 1900억~2000억원 규모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4분기 우리나라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중동산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 낙폭은 연간 가장 컸다. 월간 평균 거래가격은 지난해 10월 배럴당 45.82달러에서 12월말 35.2달러까지 주저앉았다. 낙폭이 23.1%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국제유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오히려 재고평가차익이 발생했고 3분기엔 17%가량 하락했다.
2014년처럼 유가 하락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상황이 재연됐다. 지난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반토막나면서 정유4사는 주력인 정유사업에서만 연간 2조원 규모 손실을 입었다. 원인은 재고손실이었다.
지난해는 상황이 급반전했다. 4분기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정유4사가 4분기에 7000억~8000억원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은 SK이노베이션 2500억원, 신영증권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 각각 2700억원, 2200억원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시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유가하락폭을 감안하면 4분기 영업실적이 양호하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일등공신은 강세를 보인 정제마진이다. 원유와 정제 이후 제품 간 가격 차이인데 최근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원유 가격이 떨어져도 제품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마진폭은 오히려 커졌다. 유가가 하락해 재고손실이 발생해도 정제마진 상승 효과가 더 커 이를 메우고도 남는 구조다.
이른바 드라이브 시즌이 끝나면서 비수기로 접어들었지만 휘발유 정제마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름철 휘발유 정제마진은 배럴당 25달러를 오가며 강세를 보였는데 이달 들어 20달러선을 돌파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설비 고장이나 보수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수요 회복이 정제마진 강세 이유”라며 “상반기 휘발유 마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하락세를 보이는 경유도 회복되는 등 공급 과잉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