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제혁신과 코스닥시장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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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규제강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의 새로운 경제질서가 자리잡았다. 원래 이 말은 변화한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개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힘든 경제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변명의 구실이 되어버렸다.

화학·건설·조선·전자·반도체·자동차·휴대폰 등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가며 우리 경제의 눈부신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던 재벌 대기업도 이제는 마땅한 도약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이 동네 상권 경쟁에 뛰어드는 등 시장 구조가 왜곡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제 흐름은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부(富)의 성장을 정체시킬 뿐 아니라 제한된 부가 소수에 집중되는 편중현상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했던 40~50대 주류 기성세대가 일자리 때문에 불행을 겪는 청년을 안쓰럽게 바라봐야 하는 현실도 같은 뿌리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저성장·불균형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성장 벽에 봉착한 대기업을 대신할 수 있는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한 작고 강한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이러한 패러다임에 따라 성장해 오늘날 미국 경제 주춧돌이 됐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벤처 육성정책으로 ICT(정보통신), BT(바이오) 등 혁신산업 관련 인력과 기술 기반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자본 공급 인프라다. 우선 창업단계에서 엔젤투자가 극히 부진하다. 국내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비상장기업 주식 거래를 위한 중간 회수시장이 미미하다 보니 엔젤투자 위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또 아이디어를 기업화하는 데 성공한 이후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모험자본 조달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M&A 시장 활성화, 크라우드펀딩 도입, 장외주식 거래 인프라 개선 등 여러 가지 정책 대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단기간 내에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각고 노력으로 쌓아온 기술과 인력 기반을 허공에 날려버리지 않으려면 빠른 시간 안에 벤처 생태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스닥시장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벤처기업 및 벤처투자자가 부담한 노력과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현실적 통로가 코스닥 상장이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이 혁신기업을 보다 폭넓게 수용할수록 그 여파는 벤처생태계 제일 앞단인 창업 및 엔젤투자 활성화까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그간 꾸준한 상장 활성화 노력을 통해 다수 신성장기업을 시장에 받아들였고, 그 결과 지금은 ICT, BT 등 기술주 시가총액 비중이 60%에 이르는 차별화된 자본시장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좀 더 다양한 신산업이 코스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거래소 기업발굴 및 선별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혁신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최신산업 트렌드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다만, 진입 문호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함량 미달 기업의 무분별한 상장이 이뤄지지 않도록 기술평가 등을 통해 기업 성장잠재력에 기초한 옥석가리기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 질은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혁신산업 성장의 장이라는 정체성은 높여가야 하겠다.

금융위기가 가져온 ‘뉴노멀’은 우리에게 ‘리스크’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주입시켰다. 하지만 뉴노멀을 극복하는 해답도 리스크 활용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리스크의 다른 이름이 ‘벤처’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이 단순히 우리나라 두 번째 주식시장이 아니라 리스크를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대한민국 경제혁신 산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종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sjnfish@kr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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