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 친(親)’자를 뜯어보며 하는 얘기가 있다.
멀리 볼일을 보러 나간 아들이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어머니는 애가 탔다. 마을 앞에 나가 기다리던 어머니는 큰 나무 위에 올라가 아들이 오는 길을 눈이 빠지게 바라본다. ‘친(親)’자는 바로 나무(木) 위에 올라서서(立) 아들이 오기를 바라보는(見) 광경을 글자로 표현한 것이다. 부모의 지극한 마음이다.
경기도가 세밑까지 내년도 예산을 확정하지 못했다. 경기도 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때문이다. 누리과정은 만3~5세 유아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교육 및 보육과정이다. 대통령 공약사업이다.
정부는 비용을 지자체에 떠 넘겼다. 경기도 인구는 1200만명이 넘는다. 해당 어린이가 35만명에 이르고 필요 예산은 1조원이 넘는다. 감당하기 힘든 규모다. 결국 경기도의회 야당이 들고 일어섰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도의회 의장은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벌였다. 여파는 내년도 예산안 전체로 번졌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지방의회가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이대로는 보육대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부모 입장에서는 좌불안석, 마음이 다급할 일이다.
남경필 도지사도 헛손질을 했다. 도의회를 방문해 누리과정 예산처리를 촉구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유치원 예산을 갈라 6개월 예산을 편성하자는 것이었다. 눈앞의 보육대란을 막자는 의도였다.
반응은 싸늘했다. 야당은 지난해처럼 미봉책으로 넘기려는 정치놀음이라며 발끈했다. 예산안 심의는 또다시 중단됐다. 심각성을 인지한 남 지사는 진화작업에 나섰다. 부랴부랴 여당 지도부를 만나 누리과정 예산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누리과정 문제는 정부가 국비를 편성하지 않은 이상 해법은 없다. ‘결자해지(結者解之)’가 답이다. 나무 위에 올라 아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풀어주기를 바란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