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 간 미사일 위성방어시스템 폐기… 혈세만 낭비 지적

미국이 북한·이란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정밀추적감시위성시스템(PTSS)을 폐기했다.

27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은 PTSS 개발 계획을 중단했다. 2009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금까지 2억3000만달러(약 2700억원)를 쏟아 부었다.

PTSS는 북한과 이란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것을 대비한 미사일 방어체계다. 적도 상공에 9∼12개 군사 궤도위성을 띄워놓고 미사일 발사 후 탄두 궤적을 추적한다. 미사일 방어계획(MD) 중 1단계인 감시와 추적을 맡는다.

LA타임스는 PTSS는 당초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었다고 지적했다. 적도 상공에 있는 궤도 위성으로는 북극에서 날아오는 핵탄두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성 12개로 북반구를 가로질러 날아오는 미사일을 포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위성 수가 적어도 두 배 이상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PTSS는 실탄두와 모형 탄두를 식별하지 못한다. PTSS 센서가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용도 미사일방어청이 제시한 것과 다르다. 미사일방어청은 PTSS 구축에 20년간 1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의회와 국방부가 자체 추산한 결과, 240억달러가 소요된다.

PTSS가 계획대로 추진됐더라도 현재 군사위성과 레이더가 수행하는 MD 1단계 감시·추적 능력과 별반 다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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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S에 투입될 위성 조감도<출처:MDA>

필립 코일 전 미국 국방부 운용시험평가국장은 “PTSS 실패는 구상 단계에서 제대로 점검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다”며 “시작부터 잘못된 사례”라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바턴 전 미과학아카데미 소속 엔지니어는 “PTSS 개발 계획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지만, 진척된 게 거의 없다”며 “국방비를 낭비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방부는 PTSS 개발 계획 대신 오는 2020년까지 신형 레이더를 알래스카 주 내륙 클리어 공군기지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이란 탄도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도 같다.

레이더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비행 중간단계에서 식별·추적한다. 미국 서해안에 배치되는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도 지원한다.

미국은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 GBI 30기를 배치하고 있다. 2017년까지 10억달러를 들여 14기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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