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타서 마시는 ‘치매 치료 후보물질’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퍼지니 부모님께 임상시험 해보고 싶다는 이메일과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가 차원의 치매 임상시험센터가 필요합니다.”
김영수 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는 지난 9일 알츠하이머(치매) 원인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분해하는 신약 물질(EPPS) 개발에 성공하고 생쥐 시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원숭이 임상시험과 실제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시험이 남았다.
김 박사는 “30년이 넘은 원숭이도 사람처럼 알츠하이머를 앓는데 시험에 필요한 원숭이를 확보했지만 원숭이를 살 돈(연구비)이 없어 과제를 신청하러 다녀야 한다”며 “국립 암센터처럼 국립 치매센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약 후보물질이 발견되면 특허 기간을 고려할 때 임상 시기가 짧을수록 좋다. 현재 국내에는 치매 임상시험센터가 없어 김영수 박사 같은 개인 연구자나 제약사, 의사가 임상시험에 드는 연구비와 참여 환자를 직접 모아야 한다. 이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임상시험센터가 생기면 치매 환자 가족이 연구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센터에 신청하면 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 연구자, 제약사 등은 이미 모집된 신청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있어 신약개발이 빨라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김 박사는 “한국은 신약 연구가 성장하는 시기로 ‘기초 연구’와 ‘임상 연구’의 중간 빈 틈을 이어주는 ‘중개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치매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지원하는 기관이 생기면 연구비나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는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이라는 임상시험 전문병원이 있다. 암, 치매 등 굵직한 병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 병원에 따르면 국내 치매 인구는 65세 노인 10명 중 1명에 가까운 정도로 치매를 앓고 있고 현재 65만명으로 추정된다. 2050년에는 노인 7명 중 1명인 271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제약사가 1998년부터 치매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했지만 대부분 임상시험 도중 실패했다. 김 박사는 “그동안 치매 치료물질은 99.6%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실패해 그만큼 성공률이 낮다”며 “이 때문에 연구자, 제약사가 더 많은 물질을 개발하고 시험해 볼 수 있는 임상시험센터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피 한 방울로 치매를 판별할 수 있는 ‘치매 진단키트’도 개발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