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다. 9년 반만에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16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올해 고용 여건이 상당히 개선됐고 물가가 중기 목표치인 2%로 오를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이 있다”며 금리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금리 인상은 현재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점진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당분간 장기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수준보다 낮게 유지될 것”이라며 경제 상황에 연동한 점진적 금리인상 방침을 분명히했다.
특히 물가 인상률이 2%에 못미치는 상황에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진척 상황을 신중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장기 금리전망은 지난 9월 회의 때 내놓은 3.50%를 유지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금리인상은 지난 7년간 비정상 시기가 끝났음을 의미한다”며 “다만 앞으로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추가 인상은 유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취했던 제로금리 시대 종언을 선언함에 따라 세계경제는 유동성이 매우 커졌다. 글로벌 저성장과 신흥시장 급격한 달러유출 등에 따른 충격이 예상된다.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으로 경기회복이 더딘 한국경제도 부담이다. 수출 타격은 물론이고 금리인상에 내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기조 등 견고한 경제상황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FOMC 위원 만장일치로 금리인상 결정이 내려진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옐런 의장도 “미국 경제 기저 체질이 꽤 양호하다”며 “이번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의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 금융시장도 조속히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금리인상 충격이 이미 반영된 가운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연준이 향후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속도로 인상해 통화정책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새해 서너 차례에 걸쳐 0.75%∼1.00%포인트 가량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상황에 연동해 이후 2017년 말과 2018년 말 각각 최대 2.50%에서 3.50% 수준으로 금리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FOMC 참석자 17명이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제시한 점도표를 보면 내년 말 기준금리 상단으로 1.50%를 제시한 사람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1.00%와 1.25%를 제시한 사람이 각각 4명과 3명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2007∼2009년 금융위기 상처를 미국 경제가 거의 극복했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고 평가했다.
CNN은 “금리인상은 금융위기를 타개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취해졌던 비정상적 저금리 시기가 종료됐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