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 16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유례없는 적자를 낸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 CEO로 부임한 뒤 사업구조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본원 경쟁력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2조원 달성이 무난해 2011년 이후 최대 실적 달성이 유력하다.
정 사장은 안정 위주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의사결정 주기를 최적화하는 등 기민한 대응체제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룹 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해 온 정 부회장은 이번에 전략위원회가 없어지면서 신설된 에너지〃화학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SK종합화학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김형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이 선임됐다. 김 신임 사장은 SK그룹과 SK이노베이션에서 기획·재무부서를 두루 거쳤다. 2013년부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초대 CEO를 맡아 회사 성장기반을 견고히 구축했다는 평가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40대 초반의 송진화 SK이노베이션 Biz.이노베이션본부장이 전격 발탁됐다. 송 신임 사장은 미국 조지아공대 산업시스템공학 박사 출신이다. 엑손모빌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합류했다. 올해 SK이노베이션 계열 신규 임원 선임자는 22명, 사장·부사장·전무 승진자는 1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늘었다.
올해 실적 개선에 성공한 보상이 확실히 이뤄졌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5개 자회사인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포함한 전사 조직개편도 시행했다.
개편 방향은 △기업가치 혁신을 위한 사별 책임경영 강화 △과감한 발탁 인사를 통한 세대교체 △글로벌 사업개발과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등 3가지에 맞춰졌다.
SK이노베이션은 E&P(석유개발)와 B&I(배터리 및 정보전자소재) 부문에 ‘사업대표제’를 도입했다. 기존 총괄제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SK에너지는 해외 정유사와 글로벌 파트너링 추진과 글로벌 단위 신규 사업발굴을 위해 ‘글로벌사업개발실’을 신설했다. 울산CLX 부문장 직책은 울산CLX ‘총괄’로 격상했다.
SK종합화학은 중국 ‘전략본부’와 ‘글로벌성장추진실’을 신설해 중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강화하려고 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 근무지도 중국 상하이로 전진 배치한다.
SK루브리컨츠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RHQ’(지역본부)를 신설해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코프 밸류업(Corp. Value-Up)추진실’을 신설하고, 해외 제휴선 발굴 및 기업 인수합병(M&A)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항수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지난해 사상 초유의 적자 충격을 딛고 올해 흑자 전환을 이끌어낸 경영성과가 이번 인사폭에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내년에도 구조적 혁신과 글로벌 성장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해 지속적 성장기반을 다지겠다는 경영진의 의지와 구상이 잘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