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네트워크 장비 BMT 30% 불과...공정성 도마 위에

공정성을 좌우하는 ‘벤치마크테스트(BMT)’를 거치는 공공네트워크 장비 입찰건수가 연간 해당 수행기관이 처리하는 건수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공공네트워크 장비 BMT가 연간 20~30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TTA는 발주처가 직접하기 힘든 BMT를 위탁 수행하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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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에서 하드웨어 벤치마크테스트를 하는 모습

공공네트워크 구축·구매 사업에서 BMT 건수가 적다는 건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를 비교 분석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의미다. TTA 관계자는 “사업에서 개별 장비를 납품하는 사례가 많아 장비시험 평가는 많지만 BMT 수요는 크지 않다”며 “전체 위탁 수행 가운데 BMT 비중은 30% 정도”라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BMT가 국방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그쳐 공공시장 전반에 BMT가 활성화 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성능과 품질을 비교하는 기회조차 없어 공정경쟁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국산장비 업체 관계자는 “특정 외산제품을 선호하는 관행으로 발주처에서 BMT를 시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며 “통신사처럼 BMT 전문인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장비업계를 포함한 글로벌기업도 BMT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간시장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확보한 만큼 공공시장 진입도 문제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지 않아 경쟁 구도 자체가 형성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 장비업체 관계자는 “매년 수조원 연구개발(R&D) 투자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는데 공공시장만큼은 진입하기 힘들다”며 “제품 성능과 가격에 관심 없이 특정 제품만 선호하는 문화를 없애려면 BMT가 적극 도입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 BMT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척박한 실정이다. 공공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서 BMT 관련 제도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부재하다.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성능과 품질로 제품 도입을 결정하기 위해 BMT 의무화 바람이 거센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공공기관 등이 BMT를 적용하기 위한 예산 확보도 걸림돌이다. BMT는 장비 업체와 시스템통합(SI)업체 등 공급자에서 비용을 낸다. 상황에 따라 수천만원 비용이 들어 업계 부담으로 작용한다.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TTA 관계자는 “BMT가 활성화되면 제품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업계 노력이 수반된다”며 “전반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R&D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벤치 마크 테스트(BMT)= 성능 시험의 일종. 컴퓨팅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장비, 소프트웨어 등 시스템을 실제 사용하는 환경과 같이 조성해 여러 성능을 검증하는 작업. 벤치 마크 프로그램을 활용해 성능과 품질을 검사한다. 다양한 제품을 비교 분석해 최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을 도입하거나 구축할 때 사용한다. 특정 시나리오를 만들어 제품 품질을 확인하기도 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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