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반도체 산업 위기와 진단

반도체 산업이 대한민국 핵심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지난 50여년간 불철주야로 땀 흘린 산업계 종사자와 학문 연구, 인력양성에 매진해 온 학계와 연구계 노력 덕분이다. 이런 노력을 효과적으로 결집시키고 발현하도록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추진한 정부 역할도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발 산업위기론이 고조되면서 국내 해운·석유화학·철강 등 일부 주력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돼 세간에서는 현재 경제여건이 IMF 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중국과 확실한 기술 격차를 가진 산업으로 평가받는 반도체산업도 요즘 2.5년이라는 위기 경고등이 켜져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고 어디서부터 가다듬어야 할까’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대체적으로 많은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 위기 경고등 진원지로 중국을 지목한다. 중국 정부 180조원 투자 발표, 칭화유니그룹 마이크론 인수 시도, 인텔 3D크로스포인트 공장 양산계획 등이 주효하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보자.

첫째는 열정이다. 중국 반도체 역사는 1956년 태동해 60여년 동안 꾸준히 산업 발전을 열망해왔다. 지금도 미국 실리콘밸리나 첨단산업 분야 학계, 연구계, 산업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중화인이 있다. 그들은 중국몽(中國夢)과 개인, 가정 행복을 위해 기꺼이 고국으로 회귀하거나 네트워크 일원이 돼 협업하고 있다.

둘째는 차이완(China+Taiwan)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경제계 유대인보다 더 연대감이 높다는 중화인이 차이완 생태계를 구축해 활발히 반도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 세계 1위 패키징 기업 ASE를 보유한 반도체 강국 대만과 중국이 지금 열애를 하고 있다. 샤오미, 화웨이 등 세계 IT 제조생산 70%를 차지하는 생태계도 든든한 받침이다.

셋째는 성공 DNA를 잉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표적 첨단 제조사 BOE는 2003년 한국 LCD 기업 하이디스를 인수합병한 뒤 성공적 성장 궤적에 진입했다. 2022년에 삼성과 LG를 뛰어넘어 세계 선두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첨단 제조산업인 디스플레이 성공 경험이 반도체 산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 전략이다. BOE 성장전략을 살펴보면 2003년 하이디스를 인수합병한 뒤 2007년 세계 LCD 시장 진입, 2012년 세계 6위, 2017년 세계 5위, 그리고 2022년에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장기적 전략을 세웠다. 정부, 산업계, 금융계 등 관련 기관이 전방위로 협력해 성장해왔다.

대한민국 핵심 성장엔진이자 국격을 높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계속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알려진 외부 위협이 아니라 내부 위기다. 지금이라도 이른 시일 내에 정부, 국회, 금융계, 산업계, 학계, 연구계 해당분야 최고 책임자가 참여하는 범국가적 기구를 구성하고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장비-부품-소재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현황을 감안해 후방산업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현장밀착형 기술인력을 양성하려는 범국가적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역시 이런 노력에 적극 동참할 의지다.

현실의 위기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혼란으로 핵심이 흐려질 때는 원론으로 돌아가서 전력을 재정비해야 한다. 마음도 급하고 머리도 복잡하나 큰 걸음을 내디디고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다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자. 문제의 핵심은 전략의 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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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용빈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ybsun@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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