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한계기업 급증…선제적 구조조정 지원 `원샷법`은 국회서 올스톱

#대기업 계열사 A사는 최근 4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으로 전체 인력 50%를 감원할 방침이다. 알짜 사업 매각 작업과 병행되는 군살빼기다. 또 다른 대기업 계열사 B사는 연내 사내하청 근로자 3000여명을 퇴출시킨다는 설로 뒤숭숭하다.

수출 부진과 대(對)중국 경쟁 심화, 공급과잉 등으로 대기업 계열사 중 한계기업 비중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협력·납품 기업이 얽혀있는 대기업 부실을 떨어내는 것은 우리 산업·경제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상했다. 하지만 산업계 자발적 구조조정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은 19대 정기국회 막판까지도 여야 정쟁에 휘말려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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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규모 및 업종별 비중 추이]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해 말 14.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한계기업 비중(13.5%→15.3%)이 비교적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음을 감안하면, 대기업 계열사 ‘좀비 기업화’가 더욱 심화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조선, 운수, 철강, 기계 산업군에서 한계기업이 급증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우리 주력 산업 과잉공급과 구조적 불황이 지속되면서 대기업 계열사 자발적 사업재편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사업 재편 지연으로 한계기업이 부실화에 이어 도산까지 가면 국민 경제 전체로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 뻔해 원샷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매출액 중 64%, 총 수출액 66%를 담당했다. 1997년 IMF 위기처럼 대기업 과잉 투자가 적기에 해소되지 못하고 부실이 국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또 주력 산업은 대·중소기업 협력 관계가 강해 대기업 부실화는 곧바로 중소·중견기업 실적 악화로 연결된다.

하지만 현행 상법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절차와 요건이 까다로워 신속한 사업재편을 촉진하는 데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급과잉 업종 기업만을 대상으로 사업 재편 간소화와 세제 특례를 최대 5년간 한시적으로 부여하는 원샷법은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샷법은 19대 정기국회 폐회 하루 전까지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달 초 여야가 ‘정기국회 내에 합의처리 한다’는 약속을 했지만 본회의 상정을 위한 세부 절차는 공전만 거듭했다.

8일 조원진 새누리당·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수석부대표가 원샷법을 포함한 쟁점 법안 일괄처리 방안을 논의했지만 성과 없이 헤어졌다. 정기국회 통과는 사실상 힘들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공청회에서 시민단체가 제기한 수정 사항을 모두 반영해 대기업 편법적 경영권 승계, 지배구조 강화 등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며 “무조건 대기업은 제외하라는 야당 요구로 연내 통과가 안 되면 우리 산업 구조개편과 활력을 제고하는 것은 1년 이상 늦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