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차별화된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해 시장 선도 자리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CJ헬로비전 인수를 앞두고 제기되는 경쟁사 반대에는 경쟁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맞받았다.
장 사장은 지난 7일 간담회에서 “CJ헬로비전 인수는 플랫폼 사업자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차별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료방송 1, 2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유료방송 1위에는 전혀 관심 없다”고 덧붙였다.
장 사장의 이날 발언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이후 방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경쟁사 우려를 일축하는 것이다. 장 사장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에 따라 33% 한도가 있기 때문에 1, 2위는 의미가 없다”며 차별화된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역설했다.
“SK브로드밴드 IPTV에 투자가 필요해 1차적으로 100% 자회사로 했고, CJ헬로비전을 인수해 합병하는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자가 좋은 콘텐츠를 전달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면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 역할은 가입자를 관리하고, 좋은 콘텐츠를 전달하는 일”이라며 “SK텔레콤이 콘텐츠를 주도하는 건 맞지 않다”고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특히 “콘텐츠를 잘 만드는 걸 도와주는 게 플랫폼 사업자 역할”이라며 “콘텐츠 사업자가 잘 되도록 협조할 것인가가 관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CJ헬로비전 이후 CJ E&M 등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장 사장은 발상의 전환을 통한 통신 경쟁 패러다임 변화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CJ헬로비전 인수를 앞두고 경쟁사 반발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제했지만, “통신사가 각자 잘하는 부분을 보고, 자기 갈 길을 가는 게 좋은 게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이 유선에서 절대 KT를 이길 수 없고, KT인프라를 SK텔레콤이 지금 만들겠다고 할 수도 없다며 강점이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SK텔레콤도 KT와 KTF가 합병했을 때 반대했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봤을 때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것이었다”며 “이제는 통신 3사가 각자 잘 하는 부분을 보며 갈 길을 가 주는 게 좋은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통신사가 서로 강점이 다른 만큼 잘하는 것은 더 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날 장 사장은 지난 1년간 최고경영자(CEO)로서 소회도 밝혔다. 장 사장은 “루나폰은 단말 공급 방법을 바꿔본 것으로, 작지만 좋은 성과를 얻은 것 같다”며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물”이라고 자평했다. 통신시장에서 관행적으로 했던 좋지 않았던 모습을 없애려고 노력한 결과, 해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안정된 시장 내에서 서비스 경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통신시장 전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도 덧붙였다. 점유율 하락, 단독 영업정지, 매출 감소 등 아쉬움도 거론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CJ헬로비전 인수 이후 구조조정에 대해 장 사장은 “신세기통신 합병 이후와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장 사장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먼저 치고나가는 것에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고객과 국가경제 생태계와 같이 갈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