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당국이 발전 공기업(한국전력 발전 5개 자회사)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 7월 인상한 정산조정계수를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전력 영업이익 급증이 자회사 수익성 확대로 파급되는 양상이다. 한전과 발전 공기업의 ‘수익성 잔치’는 내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당국은 내년도 발전공기업 정산조정계수를 현행과 동일한 수준에서 결정할 방침이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수익성을 조절하는 일종의 기준이다. 1㎾h당 요금에 정산계수를 곱해 전력 판매비용을 정산한다. 정산계수는 1이하로 정하기 때문에 제 수익을 모두 보전 받을 수 없다. 사실상 과도한 영업이익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장치다.
전력 당국은 올해 하반기 발전공기업 정산조정계수를 대폭 인상했다. 계통한계가격(SMP·전력기준가) 하락으로 발전사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내놓은 안전장치다. 석탄화력 발전은 처음으로 발전사별 차등 적용했다. 상반기 0.1936에 불과했던 조정계수는 남동발전 0.5234, 동서발전 0.5349, 서부발전 0.5416, 중부발전 0.5466, 남부발전 0.5538로 두 배 이상 상향됐다. 이 조치로 5개 발전공기업 3분기 누적 실적은 총 1조8399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430억원 대비 48%나 급증한 수치다. 정산조정계수가 인상된 3분기 실적이 급등했는데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 남부발전 영업이익 마저 지난해 3분기 1006억원에서 2296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전력당국은 이달 열리는 비용평가위원회에서 한전 영업이익, SMP 등 요인을 따져 내년 상반기 정산조정계수를 산정한다. 한국전력 영업이익 급증 추세가 이어지면서 이를 발전공기업으로 분산 시킬 필요성이 커져 현재 수치를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이미 방향을 잡았다. 정산계수가 인상되면 한국전력 전력 구매비용은 증가해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발전공기업은 정산대금 증가로 영업이익이 는다.
최근 SMP가 급락한 반면에 전기요금은 변동이 없어 한국전력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된 상태다. 단독 기준 한전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조22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5% 급등했다.
발전공기업 영업이익은 내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사업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민간발전사와는 180도 다른 처지다.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 영업이익 격차도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발전공기업이 대다수인 석탄화력 가동 비율이 높고 민간업계 비중이 높은 LNG발전소 가동률은 5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우리나라 전력 시장은 전력 생산단가가 낮은 발전소부터 차례로 급전지시를 받고 전력을 판매한다. 원가가 가장 낮은 원자력과 석탄발전소가 우선순위다. 그래도 전력 공급이 부족하면 LNG 발전이 투입된다.
이는 한전 영업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현재 상향된 정산조정계수가 1~2년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원래 정산조정계수가 1이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발전원별 원가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이를 도입했고 최근엔 한전과 발전자회사 수익성을 조절하는 장치로 쓰이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정산계수를 다시 인하하면 발전공기업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한전 영업이익은 더욱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