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 자동차 사이버 보안 문제는 여러 번 해킹 시연에서 지속적으로 경고를 받아왔다. 2013년 토요타 프리우스와 포드 이스케이프 해킹 시연이 있었고 2014년 테슬라 모델S 해킹 기술은 하루 만에 개발되기도 했다. 이후 관련 업체가 자동차에 방화벽 시스템을 갖추고 보안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제까지 알려진 유무선 통신을 통한 자동차 해킹이 자동차에 대한 사이버 공격 전부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자율주행차 눈과 귀 역할을 하는 항법·주변탐지 센서가 쉽게 사이버 공격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다양한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절대 위치 좌표 획득을 위한 GPS 장치, GPS와 결합해서 사용하는 관성항법장치(INS) 등 항법 센서와 레이더(Radar)·라이다(Lidar)·카메라와 같이 주변 물체 탐지를 위한 탐지 센서 등이다. 그런데 센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외부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센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다양한 보안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통신보다 쉽고 직접적이며, 전파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넓은 지역에서 공격이 이루어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주변 지역 GPS 수신기를 모두 무력화할 수 있는 초소형 GPS 재밍(전파 간섭) 공격 장치는 단돈 몇 만원에 인터넷 구매가 가능하다. 미국 텍사스대는 GPS 기만 공격(GPS 위성과 동일한 신호 형태지만 의도적으로 틀린 정보를 실어 보내는 공격)으로 군용 드론이 위치를 잘못 인식하게 만들어 땅에 내려 앉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레이더도 GPS와 유사한 공격을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 관성항법장치는 특정 주파수 음파에 노출되면 무력화된다는 것이 해외 학회에서 소개됐다. 카메라는 빗물에 젖은 도로 위 햇빛 반사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차선 인식에 취약하고, 강한 빛을 비추는 블라인드 공격과 같은 의도적 공격을 받으면 (사람의 눈과 비슷하게) 영상을 통한 인식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 탐지센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라이다 역시 기만 공격에 취약해 라이다가 자동차 바로 앞에 사람이 있거나 벽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올 9월 IEEE 스펙트럼에 소개됐다.
이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에서 GPS나 INS의 잘못된 위치 인식은 자동차 진행 방향이나 속도 조절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최신 기술은 다양한 센서 측정 정보를 융합해서 종합적으로 위치를 인식하고 주변을 탐지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센서 융합 기술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일반적인 센서 오차를 보완하고 적절한 주변 인식과 주행 판단을 내리는 기술이다. 센서를 무력화하는 재밍 공격이나 센서를 속이는 기만 공격처럼 의도적인 사이버 공격에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는 기술을 언급하기도 전에,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센서는 주변 인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2014년 8월 MIT에서 발행한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팀의 크리스 엄슨 이사 인터뷰와 함께 구글 자율주행 자동차가 미국 99% 지역에서 자율주행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이유는 다양한 도로상 변화(표지판, 노면 문제 등)가 전자지도에 즉각 반영되지 못하는 때가 많고 자율주행차가 사용하는 센서는 눈 또는 비가 많이 오는 악천후 환경에서 주변을 인식하는 데 심각한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센서 장치들이 악천후 환경에서는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향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개발은 기존 기술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는 세계 자동차 회사들에 가장 큰 관심거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방문하고 무인이동체 관련 산업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본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에서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목표로 범정부 차원 기술 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 로드맵에 사이버 공격이나 유사 시 승객 안전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이 충분히 반영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과 유럽 연구 결과에서 경고하듯이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안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첨단 자동차 기술이라도 자율주행 기술에서 얻는 편의 기능보다는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에서의 편의 기능 확보라는 관점에서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향임을 강조하고 싶다.
공승현 KAIST 교수 skong@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