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3년 만에…생존권 무시” 중소 PC업계 강력 반발
다음 달 초 심의를 앞둔 개인컴퓨터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도 연장에 중앙 정부부처 세 곳이 반대 의견을 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도입한 제도를 3년 만에 정부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중소 PC 업계는 “정부가 중소기업 생존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24일 전자신문이 확보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자치부 ‘개인컴퓨터 중기 간 경쟁제도 재지정 의견서’에 따르면 세 부처 모두 일체형컴퓨터에 경쟁제도 재지정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조달청 분류는 개인용컴퓨터는 데스크톱과 일체형으로 구분돼 있으며 경쟁제도는 개인컴퓨터에 지정돼 있다.
세 부처는 일체형컴퓨터 재지정 불가 이유로 △대기업 데스크톱PC 사업 사양화 △국산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 제고 △중소기업 독점으로 인한 시장 교란 등을 꼽았다.
정부는 근거로 대기업이 연 3200억원 규모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을 꼽았다. 민간 일체형컴퓨터 시장에서 80%를 점유하는 대기업이 민간시장 2% 수준인 연간 7000대 규모 일체형 조달시장을 놓쳐 ICT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산업부 측은 “애플과 레노버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는 PC를 기반으로 타 제품과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와 행자부는 나아가 “대기업 참여로 CPU 등 핵심기술 국산화를 달성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개발해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적용 중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일체형컴퓨터로 확대, 세계 시장 도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소 PC 업계는 반발했다. 모바일 기기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차세대 ICT 산업군 가운데 단순 조립에 기반을 둔 데스크톱컴퓨터는 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모바일향 AP를 데스크톱에 붙인다는 건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향후 계획 또한 없다”고 정부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최근 보급이 늘고 있는 모니터와 본체가 붙어있는 데스크톱이 아니라 일체형이기에 경쟁품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PC 본체와 모니터가 따로 있지 않고 하나이기에 일체형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는 일체형PC가 사실상 기존 데스크톱을 대체하고 있는 만큼 같은 카테고리에 놓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기재부와 행자부는 일체형컴퓨터에 대해 “과거 모니터와 본체를 물리적으로 붙였다면 최근에는 모니터에 컴퓨팅 기능을 추가한 것”이라며 “일체형컴퓨터는 데스크톱과 별개 제품군”이라고 해석했다.
중소 PC 업계는 억지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주장대로 일체형컴퓨터가 자율경쟁으로 개방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사실상 데스크톱컴퓨터 대체재로 조달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중소기업이 조달PC 시장에 가격 상승, 독과점 등 교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정부 지적도 앞뒤가 맞지 않다며 반박했다.
정부조달컴퓨터협회 관계자는 “중소 업체 상위 3사 독과점 지적은 해당 기업이 자발적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조달 참여를 중단했다”며 “보호 받은 중견기업이 성장해 대기업이 되면 그 이후에 규제하면 될 일을 정부가 미리 성장 발판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 판매가격이 높아졌다”는 기재부 주장에도 “경쟁제도 도입 시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할인율 제한’을 스스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2012년 정부는 중소기업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할인율을 10%로 제한, 무분별한 가격 하락 경쟁을 방지했다.
2012년 12월 시작된 개인컴퓨터 중기 간 경쟁제도 품목 지정은 중소기업 PC 업계 자생력을 키웠다. 대기업 조달시장 철수 충격을 완화하고자 2013년 50%, 지난해 75%, 올해 100% 등 단계적으로 중소기업 의무 참여폭을 키웠다.
이 결과 지정 당시 14개였던 조달 등록 PC 업체 수는 올해 상반기 35개로 늘었고 매출은 990억원에서 3000억원 선으로 뛰었다. 저전력과 같은 미래형 기술에도 환경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으로부터 인정받는 등 자체 연구개발(R&D)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직접 고용창출 또한 2012년 716명에서 지난해 2156명으로 증가했고 소외계층 일자리는 5개에서 189개로 늘었다.
기재부·산업부·행자부는 전자신문 취재에 대해 “중소기업청과 협의 중인 사안”이라며 의견서에 입장을 내지 않았다. 경쟁제도 재지정을 위한 심의는 다음 달 2일 열린다.
<쟁점별 정부·업계 의견>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