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와 민생 관련 입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기간임을 감안해 정쟁 수위를 낮춘다는 여야 간 공감대와 당위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4일 오후 열린 여야 원내 지도부(3+3) 회동도 누리 예산 입장 차로 결렬됐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국무총리 주재 예정이던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고 (한중·한뉴질랜드·한베트남 FTA가) 연내 발효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며 민생 어렵다고 하고 자기 할 일은 안 하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되며, 위선”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도 비준을 완료한 상태고 뉴질랜드도 지난 9월 의회 절차가 마무리됐고 중국도 사실상 절차를 마무리했다”며 “모두가 우리 국회 비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국회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FTA 발효 시기가) 하루 지연될 때마다 40억원의 수출 기회가 사리지게 되고 오늘도 가만히 앉아서 40억원 기회를 날리는 것”이라며 “올해 안에 발효가 되지 않으면 그 피해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어디서 이것을 보상받을 것이며 누가 어떻게 이것을 책임질 수 있겠냐”며 26일 본회의서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 정보기술(IT)을 갖추고 있음에도 각종 법적 규제로 이를 테러 대응에 제대로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국제 테러에 안전지대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며 “부디 14년간 지연돼 온 테러 관련 입법들이 이번에는 통과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빅데이터를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 IT를 갖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각종 법적 규제로 테러 대응에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각 부처는 테러 관련 정보수집, 인적·물적 취약요건 제거 등 테러 위협 대비 활동을 강화해 나가면서 유사시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여야 간 정쟁은 24일에도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26일 본회의 개최 여부까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한중 FTA 비준과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고수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기한 연장 등을 주장하며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한중 FTA 여야정협의체도 전날 3차 전체 회의에 이어 24일 실무협의를 이어갔지만, 여야 간 대치가 지속됐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FTA 비준 동의와 관련, “정부·여당은 시장·수출 만능주의 맹신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무역이득공유제 등 FTA 피해보전 대책 없이는 비준 동의가 어렵다”고 맞섰다.
여야는 24일 오후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정기국회 현안에 대한 일괄 타결을 시도했지만 결렬됐다.
야당은 누리과정 국고 지원과 세월호 특조위 기한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를 보이콧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혀 26일 본회의가 파행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