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차체 소재 전략 나뉘어... 초고장력강판, 알루미늄, 탄소섬유

차체 강성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토요타가 초고장력강판(AHSS)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차체골격(BIW) 소재를 놓고 각 자동차 업체 전략이 뚜렷이 나뉘는 모양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로 인해 차량 경량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아직까지 가격·무게·강성·양산성 등을 두루 갖춘 독보적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별로 전략에 따라 중점을 두는 소재가 초고장력강판·알루미늄·마그네슘·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으로 구분되는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토요타는 초고장력강판을, BMW는 CFRP, 재규어는 알루미늄, 르노삼성은 마그네슘을 경량화와 강성강화를 위한 핵심 차체 소재로 선택했다.

현대차는 16%에 불과하던 초고장력 강판을 신형 제네시스 EQ900에는 51%로 확대했다. 토요타도 신형 프리우스에서 초고장력 강판의 비율을 15%에서 40%까지 높였다. BMW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 i8에 20%의 알루미늄과 60%의 CFRP를 적용했다. 재규어는 스포츠세단 XE 차체에 알루미늄을 75% 이상 사용해 동급 차종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마그네슘 소재를 이용한 차체 부품을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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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자동차에 마그네슘 판재를 장착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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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경량화는 연비 향상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사진은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경량 소재를 대거 채택한 BMW의 전기차 `i3`

소재 장단점은 분명하다. 철은 양산성과 재활용, 강성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무게 때문에 핫스탬핑 공법 등을 이용한 초고장력 강판이 차체 소재로 사용된다. 초고장력 강판은 인장강도가 800메가파스칼(MPa) 수준으로 일반 강판의 두 배 이상이다. 자동차에서는 무게가 중요한 만큼 소재 비중 대비 강도를 말하는 비강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데 초고장력 강판은 알루미늄과 근접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알루미늄은 인장강도 자체는 떨어지지만 무게가 가벼워 비강도가 높다. 하지만 자동차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장강도를 높여야 해 그만큼 가격 부담이 있다. 재규어가 스포츠세단처럼 날렵한 자동차에 비율을 높인 이유다. 마그네슘 소재는 실용금속 중 가장 가볍다(비중 1.74g/㎤). 게다가 국내 자원 중 유일하게 대량 활용이 가능한 부존자원이라는 강점이 있다. CFRP는 비강도가 높지만 소재 가격이 너무 비싸다. 소재 공급처도 제한적이고 자동차 업체가 이를 성형하는 데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양산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대량 생산보다는 수공이나 작업시간이 길어도 되는 고급 차량에나 적합하다.

양산성에 중점을 두는지, 가격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소재 선택 전략이 갈린다. 당분간 소재 복합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여러 소재를 채택해 특성에 맞게 재료를 채택하는 다중 소재 전략(Multi material Integration)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중소재가 일반화된 항공 분야 엔지니어들이 자동차 업계로 옮기는 일이 늘고 있다.

장웅성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금속재료PD는 “일반강보다 초고장력강의 도장과 성형이 더 힘든 것처럼 소재마다 가공 특성이 다 다르다”며 “다중소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다양하게 디자인하고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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