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리뷰] <1>팔란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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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패러다임 변화로 기업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다. 변화에 발맞춰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하는 기업은 시장을 주도하며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다. 본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는 기업의 경쟁력 요인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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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르(Palantir)’는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마법사 간달프가 사용하는 구슬 이름이다. 팔란티르는 악의 마법사 사우론이 나쁜 용도로 쓰기도 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르 창업자 피터 티엘은 회사명 작명 배경을 “기술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좋은 의도로 사용될 수도 있고 나쁜 의도로 사용될 수도 있음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팔란티르는 미국 비상장 기업 중 우버와 에어비앤비에 이어 세 번째로 몸값이 비싼 기업이다. 시가총액이 무려 200억달러(23조원)에 이르며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5억9900만달러(1조847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빅데이터 분석 능력 발군

팔란티르는 명성에 비해 여전히 베일에 싸인 회사다. 잘 알려진 스타트업과 달리 비즈니스모델이 B2B인 탓이다. 발군의 데이터 분석 능력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기나 범죄, 테러 등을 예측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2004년 현 최고경영자 알렉스 카프와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티엘 등이 설립했다. 피터 티엘은 페이팔 당시 가동했던 사기방지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사기 방지 및 범죄 예방 소프트웨어 회사를 세웠다.

그 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벤처캐피털인 ‘인큐텔(In-Q-TEL)’에서 2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하면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범죄행위나 범죄자, 사이버테러 징후 등을 감지하는 솔루션 회사로 거듭났다.

초기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기반 보안 솔루션을 제공했다. 정보기관이 테러 조직을 추적할 때나 경찰이 사기꾼이나 도둑 사건일지를 분석해 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마약 조직 소탕에 큰 역할

팔란티르는 2011년 미 연방 마약국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마약 조직 핵심 인물과 거주지, 활동반경, 자금 흐름 등을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마약국은 마약 조직원 57명을 체포했으며 2만달러 이상 현찰과 금괴 등을 압수하는 등 대규모 마약조직 소탕 작전에 성공했다. 9·11 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 은거지를 찾아내고 사살하는 데도 일조했다.

이후 연방 마약국은 팔란티르와 공식 계약을 맺었다. 팔란티르는 이를 계기로 자회사를 설립,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DHS), 연방대테러국, 네이비실(Navy Seal), 특수전사령부, 미 해병대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현재는 은행에서부터 언론에 이르기까지 세계 다수 민간 업체에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금융 기관은 직원들 사이에 있는 내부거래자를 추적하는 데 이 회사 툴을 사용한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해가는 시장 환경 하에서 돈을 횡령하거나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로그 트레이더(Rogue trader)’를 색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사람과 컴퓨터 공조 철학

이 회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은 고담, 메트로폴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 기술은 정형화된 데이터뿐 아니라 이메일과 트위터 타임라인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도 통합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매일 축적되는 페타바이트(Petabyte) 단위 데이터를 아주 빠른 속도로 찾아내고 대량 데이터를 사람이 분석할 수 있도록 매우 다양한 그래프로 시각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시각화는 이 회사가 내세우는 핵심이다. 문제 해답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툴을 이용해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도록 시각화 데이터를 제공한다.

결국 가장 합리적이고 신속한 문제 해결은 사람과 컴퓨터 공조로 이뤄진다는 게 팔란티르 철학이다.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시각화해 사람과 컴퓨터가 서로 협조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최근 머신러닝이 주목받고 있지만 어떤 데이터를 이용해서 학습시킬 것인지 그리고 어떤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학습시킬 것인지는 사람이 결정한다. 팔란티르는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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