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가격이 7년 만에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이례적으로 정유사 주가는 일제히 반등했다. 통상 두바이유 하락은 정유사 재고손실을 의미하지만 최근 석유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정제마진 개선으로 오히려 수익성 상승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전날보다 0.75달러 내린 배럴당 39.64달러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두바이유는 지난 4일 배럴당 45달러대를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해 40달러선마저 무너졌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30달러대를 찍은 것은 배럴당 36.45달러를 기록한 2008년 12월 31일이 마지막이다. 7년만에 30달러대에 다시 들어선 셈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20달러대에서 60달러대까지 급격하게 출렁거렸다. 올해 40~60달러대 박스권을 형성하며 등락을 거듭했으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시장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가격(OSP) 인하를 감내하면서까지 공급을 늘린 탓이다. 더욱이 이라크가 원유 시장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공급은 지속 증가 추세다. 미국 원유 재고량도 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우리나라 정유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해 왔다. 유가 하락은 대규모 재고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일 주식시장에서 우리나라 정유사 주식은 모두 급등했다. 에쓰오일은 전일 대비 5.97%(4200원) 오른 7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 GS도 모두 3%대 급등했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제품 가격 차이다. 원유 가격은 하락했지만 제품 가격이 일정선을 유지하고 있어 마진은 오히려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5.5달러대에 머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올해 상반기 8.2달러를 기록하며 정유사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지난 7~8월 5~6달러대로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7.8달러대를 유지하며 저유가에도 선방하는 모습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으로 일부 재고손실 가능성은 있으나 실제로는 두바이(역내) 원유가 이렇게 약세인 것 자체가 동북아 정유사에 정제마진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준다”며 “석유제품 수요는 견조한 상황에서 원료 가격이 하락하는 구조라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하락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두바이 유가는 기본적으로 브렌트 유가에 종속된 움직임을 탄다”며 “브렌트유는 아직 배럴당 44달러선을 오가고, 18일 종가기준으로 유가가 상승한 것으로 봐선 두바이유도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을 맞아 산유국이 물량을 쏟아내는 경향이 있지만 정제마진 호조로 정유사의 원유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라 추가 하락을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