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력단절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저출산으로 노동력이 감소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고령화 사회로 이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여성 경제활동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2016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인 15~64세가 감소하고 2019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급변하는 연구 트렌드로 경력단절이 시작되면 재취업이 어려워 오히려 더 심각하다. 정부는 과학기술 혁신활동에 여성참여 확대로 국가발전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여성과학기술인 양성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IT 분야에서는 혼성 팀 특허 인용도가 평균보다 26~42% 더 높다고 나타나 여성과학기술인 투자와 성 다양성이 확보되는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 여성과학기술인 위한 좋은 일자리 확충 나서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여성친화형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여성과학기술인 양성 지원 정책 일환으로 전국과 지역 단위로 여학생 대상 온·오프라인 멘토링, 이공계 체험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학생 이공계 진학을 촉진하고 있지만 비중은 더디게 늘고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 자연·공학과정 여학생 비율은 2007년 34.7%에서 지난 2011년 35.3%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학계열 학사 입학생 중 여성비율도 2007년 18.9%에서 2012년 20.4% 증가했다. 사회적 활용도가 높은 분야에 여학생 진출이 부진하고 여학생 과학영재는 성장 단계별로 누수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현장 수요와 인력공급 미스매치로 이공계인력 고용 비중이 높은 민간기업에서 여성 인재 활용이 낮은 것도 문제점이다. 고용 기관별 비중으로는 2012년 기준 이공계 대학 36.6%, 공공연구기관 16.1%, 민간기업연구기관 47.3%다.
우리나라 여성과기인 고용률은 대졸 여성 평균보다 낮고 고학력 취업 비중은 더욱 하락하는 추세다. 2012년 여성과기인 고용률은 58.7%로 대졸여성 고용률 61.4%보다 낮았다. 이공계 여성 취업자 중 학력별 비중은 학사 이하 93.4%, 석·박사 6.6%였다.
여성 벤처창업 부진과 함께 신생 창업분야인 협동조합 여성활동도 저조하다. 벤처기업 대표이사 중 여성 비율은 2007년 4.7%에서 2012년 6.7%로 나타났다.
여성과기인 경력 단절은 증가 추세다. 연구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과학기술분야 특성상 경력복귀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생활밀접형 R&D 사업에 여성연구원이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는 기관을 선정평가에서 우대하고 있다. 또 미래성장동력과 산업엔진 분야 인력양성과 R&D 프로그램에 여성 연구원 참여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다. 스마트자동차, 지능형 로봇, 착용형 스마트 기기, 맞춤형 웰니스 케어, 실감형 콘텐츠, 융·복합 소재 등 새롭게 부상하는 연구 분야에서 성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다.
미국 MIT는 MAP(Mid-career Acceleration Program)로 여성 과기인의 10개월간 파트타임을 지원한다. 4일간 오리엔테이션, 한 학기 아카데미 과정, 워크숍, 실용학습 프로젝트, 인턴십 등 특별 교육 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력복귀지원사업 성공 사례 속속
최근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경력복귀지원사업으로 경력복귀에 성공한 박사급 여성과학기술인이 속속 나타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류나연 경희대 유전공학 박사는 최근 ‘셀리버리’ 선임연구원으로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박사 후 연구원 과정 중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경력이 단절됐다. 짧은 출산휴가를 갖고 3개월 후부터 바로 구직을 했지만 재진입 장벽은 높았다.
심지어 경력단절 기간이 길지도 않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고급 인력이었지만 취업이 어려웠다. 공백기간이 길지 않고 고학력이라 해도 어린 유아기 자녀를 둔 기혼여성은 구직시장에서 기피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런 고급인력의 경력단절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센터가 지원에 나섰다.
류나연 박사는 2013년 미래부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지원사업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계약직연구원으로 복귀했다. 2년여간 연구실적과 경력을 쌓아 이를 인정받고 셀리버리 선임연구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홍소연 서울대 생물화학공학 박사도 CJ제일제당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두 아이를 출산했다. 둘째를 임신 중이던 때에도 만삭의 몸으로 면접을 보러다니는 등 계속 구직활동을 했다. 그러나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고 박사 학위 취득 후 1년 동안 경력이 단절됐다. 홍 박사는 2014년 사업지원으로 역시 KIST에 복귀했다. 그는 KIST에서 1년여간 연구실적을 쌓아 CJ제일제당 연구소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장기간 경력이 단절됐던 배주현 부산대학교 대기과학 박사는 에코브레인 정규직 책임연구원으로 복귀했다. 그는 출산과 육아를 함께 하면서 어렵게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둘째 자녀 재활치료가 필요하게 되면서 경력이 9년간 단절됐다.
배 박사 아이가 학교에 진학하고 정부 활동보조 바우처를 지원받게 되면서 그는 2015년 사업에 힘입어 에코브레인 책임연구원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현재는 재택근무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