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인도네시아 모바일 플랫폼 공략에 힘을 쏟는다.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 카카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패스를 통해 선두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15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6월 인수한 패스에 인력을 보강했다. 카카오 측 인력이 패스로 이동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가 가진 모바일 서비스 노하우를 패스에 접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패스를 자회사로 만들고 이름은 ‘패스 모바일’로 정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패스를 인수한 뒤 서비스 운영을 한다”며 “아직까지 어떤 방향으로 시너지를 낼 지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패스를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의 돌파구로 기대하고 있다. 패스는 인도네시아 SNS시장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월간활동사용자수(MAU)는 1000만명 수준이다. 카카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사회는 빈부격차와 이에 따른 차별이 심한 편으로 상류층이 페이스북에서 패스로 옮겨가는 추세에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카카오톡은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라인 등 다른 메신저와 비교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카카오톡의 해외 MAU는 925만 명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15만명 정도 줄었다. 카카오톡 해외 MAU는 지난 2분기에도 54만명이 줄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 12일 숭실대 강연에서 “카카오는 인도네시아에서 패스를 인수해 활약하고 있다. 글로벌은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라인으로 인도네시아 메신저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라인의 인도네시아 월간활동사용자수(MAU)는 지난해 1분기 800만명에서 올해 1분기 2600만명으로 증가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사용자수를 분리해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인도네시아 메신저 시장 1위인 블랙베리메신저(BBM)와 격차가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시장에 라인을 내놓은 뒤 현지화에 힘쓰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해온 결과다. 이슬람 종교행사인 ‘라마단’ 기간을 이용한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라마단 기간에 유용한 정보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공식 계정을 운영했다. 라마단을 테마로 한 스티커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관계자는 “라인 라마단 스티커는 인도네시아인이 라마단 기간에 느낄만한 감정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며 “금식을 하는 동안 배고픔을 느낀다거나 전통복장을 입은 캐릭터 이미지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TV CF와 영화 속 라인 활용 장면 도입 등의 마케팅도 큰 호응을 얻었다.
라인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삼아 다양한 서비스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B612’는 인도네시아 사진 앱 분야에서 지난 1월 1위를 차지하고 현재까지 3위 안에 꼽힐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앱은 라인에서 출시한 셀피 전용 앱이다. 셀피를 찍어 라인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손쉽게 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라인 비즈니스 계정인 ‘라인앳’도 인도네시아 소상공인 사이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라인앳은 기업이 고객과 소통하고 할인쿠폰 등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다. 라인앳은 인도네시아어를 지원한 지 4개월 만에 10만 계정을 넘어섰다. 라인이 지난해 말 유상증자에 참여한 음악 스트리밍 앱 ‘믹스 라디오’는 인도네시아 구글플레이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가진 모바일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수가 2억6000만명에 이른다.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인구 절반이 25세 미만으로 젊고 스마트폰이 데스크톱보다 먼저 보급됐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가 6100만명 정도에 그치지만 빠른 속도로 보급이 이뤄지고 있어 모바일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8년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사용자가 1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도 올해 1억3000만달러에서 2018년 14억5000만달러로 증가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