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규모 늘리지만…韓 기업 사업수주는 ‘더 힘들어’

정부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확대하지만 우리 기업 사업 수주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개도국을 도울 때 국내 기업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속성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부 고민은 깊어지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ODA 구속성 비율을 2020년까지 유상원조 45%, 무상원조 5% 수준으로 낮춘다. 한국 정부가 개도국을 지원할 때 국내 기업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비중이 현재(2014년 기준)보다 유상원조는 7%P, 무상원조는 3%P 줄어든다.

한국의 연간 ODA 규모(18억5000만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억달러 규모 사업이 해외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 정부가 ODA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 사업 수주 여건은 오히려 열악해지는 셈이다.

ODA는 공여국 기업만 물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속성 원조와 경쟁 입찰로 모든 나라 기업에 사업 참여 기회를 주는 비구속성 원조로 구분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는 구속성 원조는 비용 효율이 낮고 개도국 주인의식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비구속성 원조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

비구속성 비율을 높일수록 한국 기업 참여 기회는 줄어든다. 오랜 기간 개도국 사업 경험을 쌓은 미국·일본·유럽 기업과 경쟁 입찰에서 사업을 수주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국내 중소기업은 더 어렵다. 현재도 중소기업 ODA 수주 비율(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준)은 약 10%로 대부분 대기업이 수행한다.

국제사회 여론 때문에 비구속성 비율을 낮추거나 유지하기는 어렵다. 28개 OECD DAC 회원국 비구속성 비율이 평균 90%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62%에 불과하다. OECD DAC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법적 제재는 없지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OECD DAC는 비구속성 비율 확대를 지속 강조하고 있다”며 “결국 우리나라도 국제 수준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비구속성 비율 확대 속도를 관리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OECD DAC 압박에 대비해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 해외사업 경쟁력 제고가 궁극적 대안이 되겠지만 관련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ODA 관련 문제 대응을 위한 형태는 아닐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며 해결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구속성-비구속성 ODA 비교(자료:국무조정실, KOICA 등)>

구속성-비구속성 ODA 비교(자료:국무조정실, KOICA 등)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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