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공유경제와 규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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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화 오이씨 대표

“선배님, 창업가들이 느끼는 법규제 현황을 알고 싶습니다.”

법제연구원에서 일하는 후배가 창업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며 연락해 왔다. 변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내가 스타트업 창업가로 살아가고 있으니 창업활성화와 법제도의 상관관계를 잘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 같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창업자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창업가 의견을 모아 전했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내용은 특별한 혜택이나 자금지원이 아니었다. 내국 기업에만 적용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상식적으로 판단해 옳다고 생각되면 ‘위법딱지’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법제도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에어비앤비’ 불법논란 역시 창업가가 느끼는 법제도의 사회적 지체현상과 맥이 닿아 있다. 문제가 된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이 사용하지 않는 빈방을 여행자에게 제공해 돈을 벌 수 있도록 중개하는 빈방 공유서비스다.

우리나라 공중위생관리법은 숙박업을 하려는 이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한다. 법원은 여행자에게 숙소를 제공한 집주인이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공중위생관리법이 상정하는 숙박업은 숙박을 업으로 영위하는 여관과 호텔이 해당함은 분명하나, 일반주택을 이용해 일시적 숙소로 활용하는 에어비앤비 서비스에도 적용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관광진흥법과 농어촌정비법에는 주택을 활용한 숙박업 수행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단 내국인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빈방을 제공하는 농어촌 민박으로 한정한다. 이처럼 일반적 규제와 예외적 허용 형식을 취하는 우리나라 법제도는 창업가 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공유경제서비스의 탄생과 성장에는 경제적 여건 악화를 자원공유로 보완하려는 개인의 현실적 필요와 자원고갈, 환경오염을 줄이는 협력 소비에 동참하려는 공감대 확산이 배경이다. 2008년 처음 생겨난 에어비앤비가 불과 7년 만에 190개국 서비스, 28조원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필요와 공감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행정 당국 역할이다. 새로운 시도는 기존 법제도와 충돌을 야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법제도 혼돈 속에 이익을 얻기도 한다. 혁신기업은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가는 사회적 혜택을 적절히 제시했고 행정 당국도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 시도를 제도권 안으로 받아들였다.

에어비앤비 불법논란을 둘러싼 일련의 잡음과 이를 해결하는 시스템 부재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이 같은 상황이 일개 기업 일이 아니라 창조경제 깃발 아래 새롭게 태어난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일반적 문제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적자원 외에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자원빈국이다. 자원빈국 현실을 인적자원 성장으로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창업가가 직면하는 현실은 지극히 곤란하다. 풍부한 자금과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이 사업기회는 선점하고, 네거티브 시스템에 입각한 법제도는 실험과 도전을 가로막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놓여 있는 환경을 살펴 차선을 찾아 순발력 있게 움직여야 한다. 사회질서를 유지할 목적으로 제정되는 행정질서법은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존 법제도가 기득권 보호에 기여하고 도전을 제약하는 상황이라면, 행정당국은 기민하게 여론을 수렴해 시대 필요를 반영해야 한다. 창조경제를 위한 정부 역할은 시대적 필요를 반영하는 순발력 있는 법제도 운용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장영화 오이씨랩 대표(변호사) jaemilaw@oe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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