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월성, 원전·방폐장·한수원까지…“지역발전 기대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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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방폐장·한수원까지…“지역발전 기대감 커”

천년고도 경주. 경주는 역사탐방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 원자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올해에만 방사선폐기물처분장과 신월성 1·2호기가 본격 운영되기 시작했고 다음 달이면 한수원 본사가 이전한다. 원자력 관련 핵심 시설이 모두 모이면서 주변 지역 발전 기대감도 쑥쑥 자라고 있다.

기자도 올해만 벌써 네 번째 경주 방문이다. 그만큼 원자력 관련 이슈가 많았던 곳이다. 월성 원전 1호기 계속운전과 관련해 지난 2월 방문했을 때 곳곳에서 반대 현수막과 피켓 시위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월성 원전 정문 앞에선 계속운전을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이 각각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신월성 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7월에도 거리 곳곳에서 반대 현수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지난 5일 다시 찾은 월성 원전 풍경은 앞서 세 번 방문 때와 사뭇 달랐다. 보문관광단지에서 월성 원전으로 들어가는 길에 보였던 현수막은 사라지고 신월성 1·2호기 준공식을 알리는 홍보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홍보관 앞에 진을 쳤던 텐트는 대부분 철수했고 확성기 소리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 당시 이주를 요구했던 주민 일부만 남아 비닐하우스에서 조용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월성 원전이 자리 잡고 있는 경주 양남면 역시 영광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방폐장에 한수원 본사까지 오면서 지원 규모는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역 상가 매상 확대와 같은 단발적 사업이 아닌 마을 유입인구를 늘리는 방안이 최대 현안이다.

초등학생 5·6학년 자녀를 둔 부모가 진학을 위해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 병원을 찾아 다른 마을로 가지 않아도 되는 곳, 사람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양남면 주민 숙원이다.

양남면 주민인 하모씨는 월성 원전 관광명소화 사업을 계획 중이다. 방폐장이 들어서 있는 양북면과 월성 원전이 있는 양남면으로 이어지는 해안가는 문무대왕릉과 주상절리가 단짝처럼 마주보고 있고 유독 물이 맑아 관광지로 안성맞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마을에 정착해 살 수 있는 수익사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원전과 방폐장 지원금으로 내년부터 본격 관광지 조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씨는 방폐장과 한수원 본사 이전에 따른 지원 효과가 당초 기대보다는 적다고 말한다. 그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니는 경주’라는 말이 돌았다”며 “하지만 최초 계획과 달리 지원규모가 계속 바뀌는 것은 솔직히 불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발전에 원전이 기여하고 있음은 인정했다.

이제 월성 원전은 지역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월성 원전 최대 동문회가 경주고가 된 지 오래다. 마을 주민도 지역발전을 위한 활용 수단으로 원전을 바라보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이 무언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안이 없다면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얻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최근 영덕 상황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다. 방폐장 유치를 놓고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 씨는 영덕 원전 투표와 관련해 외부 단체에 흔들리지 말고 지역발전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월성 원전 1호기 계속운전 찬성을 위해 단식도 하고 주변 어르신에게 꾸지람도 많이 들었던 그다. 그런 그가 영덕 주민에게 “외부 단체는 반대여론을 위해 행동하고 지역발전은 그들의 목적에 없다”며 “이들이 말하는 원전 위험성 정보는 받아들이되 판단은 위험성과 지역발전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남면은 최근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제안 공모를 진행 중이다.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사람들이 찾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미 주상절리 바닷가에는 예쁜 커피숍과 숙박시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원전 찬반 갈등을 뒤로 하고 마을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나선 셈이다.

월성(경북)=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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