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납품 중소기업은 “과거보다 상황이 개선됐지만 ‘갑의 횡포’는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단속과 제재 강화, 철저한 신고자 비밀 보장 등을 개선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납품 중소기업이 겪는 불공정거래 유형(중복응답)으로는 부당 납품단가 인하요구(50.0%), 다양한 형태 추가비용 부담 요구(50.0%), 대형마트 사유로 인한 훼손·분실 상품 반품조치(38.2%) 등으로 나타났다.
재료비 인상 등으로 원가가 올랐지만 대형마트 공급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대형마트 판매관리비 절감분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사례가 꼽힌다. 대형마트 기본 마진을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당 판매장려금 폐지 부담을 상쇄하는 일도 적지 않다. 판촉행사, 직원 파견 강요와 비용 전가, 경영정보 제공 강요 등도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 납품업체가 부당 거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기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55.9% 납품업체가 특별한 대응 없이 불공정 거래를 감내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08년 비율(68.7%)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인은 신고 시 신원 노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대책(중복응답)으로 49.3%가 ‘신고자 비밀보장’을 꼽은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이 밖에 직권 조사와 단속 강화(45.3%), 제재 강화(44.7%)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형마트 PB(Private Brand, 자사브랜드)제품 거래 판로확대 효과는 납품업체 71.3%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다만 납품가격은 32.2%가 원가를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PB제품을 납품하는 이유로 매출액 10억~30억원 규모 업체 52.9%는 ‘안정적 판로망 확보’를 꼽았다. 다만 매출액 10억원 미만 영세업체는 44.4%가 ‘대형마트 권유’라고 대답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업체는 정부 감시 강화가 불공정 행위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대형마트 대표의 사고와 경영방침이 변하지 않으면 불공정 행위 근절은 요원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