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울산, 경북 3개 광역시도의 원전해체종합연구센터(이하 해체센터) 유치 경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부산과 울산이 고리 1호기 폐로 확정 후 공동 유치에 나서자 경북은 대구를 끌어들여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맞불을 놓았다.
정부가 해체센터 설립을 ‘원전해체산업 집적화단지’ 형태로 조성하기로 하면서 유치 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당초 해체센터는 원전 해체기술 연구개발(R&D) 중심이었지만 집적화단지로 조성하면 해체 실증시설 구축, 요소 기술 이전, 인력 양성, 장비 테스트까지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그야말로 원전해체산업 거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울산시는 최근 해체센터 유치 공동 TF를 구성했다. TF 실무진을 일본 등 해체 선진국에 보내 경험과 사례 수집을 시작했다. 양 도시는 올 초까지 독자 유치 행보였다. 고리1호기 폐로 결정 후에는 공동 유치가 보다 확실한 전략이라 판단했다.
부산·울산은 고리1호기를 포함해 노후 원전 다수가 부산과 울산 인구 밀집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최고 유치 당위성으로 꼽는다.
고리 1호기가 부산시 해운대구와 울산에 인접한 부산 기장군에 있고, 고리1호기 해체 과정에서 원전 해체기술을 축적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이곳이 최적지라는 주장이다.
배덕광 국회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은 “운영 중인 24기 원전 중 부산·울산에 7기가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 면적당 원전 밀집도는 물론이고 원전 주변 인구 밀집도도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고리1호기 해체에 따른 경제적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부산·울산은 고리1호기가 국내 원전해체 1호라는 상징성에 해체기술 연구와 실증 장소가 동일해야 한다는 전문가 견해를 유치 당위성의 전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경북도는 원전 24기 중 12기를 보유한 국내 최대 원전 지역이라는 점을 유치 당위성으로 내세운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경주 이전, 원전해체 필수 시설인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보유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설계에서 건설, 운영, 폐기까지 원전 해체 전문기관과 시설을 모두 보유한 경북에 해체센터를 설립해 원전해체 인프라를 집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북은 부산·울산 공동 유치에 맞서 대구와 협약을 맺고, 해체센터 유치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이어 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전 핵심 기관과 잇따라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며 유치에 힘을 싣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해체센터 유치 과정에서 정치권을 동원하고 정치적 논리를 앞세우는 모습이 우려된다”며 부산·울산 공동 유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미래를 위해 원전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원전해체산업 육성 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주 내용은 △오는 2020년부터 부족한 기술 신속 확보 △2030년 이후부터 기술 고도화 추진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해체센터 설립과 단지 조성 등에 6163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을 통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재개했고, 미래부는 연내 예타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 20억원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표-부산·울산 vs 경북·대구 해체센터 유치 경쟁력 비교
* 자료 : 지자체 취합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