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타트업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에서 벤처 투자를 확대한다. 스타트업 경제 주도권을 쥐려는 국가 간 자금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 기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공공자금부터 기업자금까지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로 자금이 쏠리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번 계획 일환으로 정부 투자 은행과 유럽연합 자금 7500만유로(약 936억원)를 프랑스 벤처캐피털 파테크 벤처스에 투입하기로 했다. 기업은 내년 초까지 4억유로(약 5000억원)를 모금할 전망이다.
프랑스 통신회사 오랑주와 대형 마케팅 업체 푸블리시스도 5억유로(약 6200억원)를 유치해 프랑스와 독일 스마트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혁신 경제에서 자금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더 많은 자금이 빠른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는 직접적인 이유는 유럽 스타트업이 벤처 투자 생태계를 갖춘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 벤처소스는 올 3분기 미국 벤처 기업이 조달한 자금만 190억달러(약 21조7000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 건당 금액도 증가해 평균 675만달러(약 77억원)를 기록했다. 올 한해 9월까지 모금한 누적 투자금도 547억달러(약 62조5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 미국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 늘어나는 분위기다.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며 미국 국부펀드도 스타트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유럽 스타트업 업계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유럽 경기침체와 국가채무 사태 이후에도 유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대규모 투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 스타트업은 올해 세 분기 동안 투자금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유치하는데 그쳤다. 전년도보다 17% 늘었지만 여전히 미국보다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유럽연합은 나라마다 다른 규제 등으로 벤처캐피털 활동에도 제약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단일 디지털 시장 구축을 담당하는 안드러스 안십 유럽연합 위원회 부회장은 “벤처캐피털은 의무나 요구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유럽의 큰 시장과 안정된 법체계를 원한다”고 설명하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자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