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비스 경쟁에 묻힌 개인정보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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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 기자실에 들렀다가 이상한 광경을 봤다. 화장실 입구에 청소 담당자 얼굴 사진과 이름, 휴대폰 번호가 공개된 안내문이었다. 개인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된 것을 보니 기분이 꺼림칙했다. 대다수가 40·5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는데, 누가 작정하고 이들에게 보이스 피싱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됐다.

법조계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개인정보보호법 2조’에 개인정보라는 것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이현령비현령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노동자에게 개인정보를 공개한다는 서면 동의를 받고 일을 시켰을 것이니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답이었다. 이처럼 생계라는 명분을 들이밀며 약자에게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유통가에 배송이 한창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배송원의 개인정보는 ‘고객 서비스 편의’를 이유로 사라지는 중이다. 쿠팡이 ‘로켓 배송’을 들고 나오면서 온·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24시간 배송, 스마트 배송 등 각종 이름을 붙여가며 경쟁이 한창이다.

쟁점은 과다 경쟁 속에 묻히는 ‘배송원 개인정보’ 문제다. 최근 GS샵이 배송원의 실시간 위치와 얼굴,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 배송’을 시작했다. 배송원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GPS로 정확하게 볼 수 있다. 또 배송원의 남은 배송지점 개수와 도착 예정시간을 분 단위까지 확인 할 수 있다.

고객은 한층 더 편해졌다. 어느 터미널에 물건이 있는지에서,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배송원은 더 고달파졌다. 배송 일을 하기 위해 얼굴, 이름, 휴대폰 번호를 넘어 실시간 위치까지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GS샵은 “배송원이 한진택배 앱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미 GPS 기능이 탑재됐다”며 “추가적인 개인정보 노출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개인정보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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