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미국선 자백하고 한국선 파워 게임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자백했던 폭스바겐이 국내에서는 단서를 잡은 우리 정부와 ‘파워 게임’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4년여 전 디젤자동차의 ‘임의설정장치(defeat device)’ 존재를 확인하고 폭스바겐 연루 제보까지 확보했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비협조와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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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아우디 차량이 주행시험을 받고 있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교환연)는 지난 2010년 ‘제작차 결함 확인검사’ 당시 임의설정장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에어컨 작동 여부, 흡기온도에 따라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작동을 고의로 멈추는 기술을 발견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보다 먼저 배출가스를 고의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디피트 디바이스’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를 계기로 관련 고시를 개정, 제작사 임의설정장치 자료 제출 의무 조항을 마련했다.

당시 교환연은 자동차 업계에서 폭스바겐 차량이 유사한 수법을 쓴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조사하지 않았다. 다수 제조사 차량에서 조작 가능성을 발견하고 시정 조치까지 내렸지만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은 조사를 마무리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교환연이 임의설정장치 존재를 확인한 것은 2010년 제작차 결함 확인검사 때”라며 “당시 내부적으로 파장이 있었고 결국 환경부 고시 개정까지 추진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에도 디젤 하면 폭스바겐이었기 때문에 조사 확대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당시 업계에서는 교환연과 폭스바겐 관계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우리나라 정부와 직접 파워 게임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교환연 실무진 주도로 배출가스 부품 인증 위반 과징금이 매겨지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별건의 리콜이 발표되자 소송을 취하했다. 당시 조사 참여 연구사 중 한 명은 이후 비위가 적발돼 구속됐다. 일련 과정에서 조사 실무진이 전보와 구속 등으로 사실상 해체, 아우디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혐의도 유야무야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배기 성능 영향이 없는 경미한 부품 교환이어서 신고를 누락했고, 나름의 억울함을 참작해달라는 취지에서 제기한 소송”이라며 “긴 내부 논의 끝에 어찌됐든 우리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결국 소송을 취하했다”고 해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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