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도 정유업계 영업이익이 4년 만에 최고치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만도 유가 폭락으로 주요 기업이 30여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 올해에도 비관적 전망이 이어졌지만 최대 실적을 올렸던 지난 2011년이 부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저유가 장기화가 고유가보다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분기 실적을 공개한 2개사 영업이익을 포함한 정유4사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3조8355억원이다. 연간 3000억원대 초반 영업이익을 올린 지난 2012년, 2013년을 이미 뛰어넘었다. 금융권은 올해 총 6조원대 영업이익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6조9305억원을 거둔 지난 2011년 이후 최고 실적이다.
정제마진이 하락한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당초 예상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SK는 3분기에 매출 12조4475억원, 영업이익 363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대비 매출액은 2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44%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63.2%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당초 금융권 예상은 2000억원 내외였다.
석유사업 부문 실적은 예상을 웃돌았다. 석유사업은 매출 9조360억원, 영업이익 1068억원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이 석유사업에서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4년 만이다. 에쓰오일은 3분기 매출액 4조4266억원, 영업이익 124억원을 기록했다. 정유사업 부문에서 1700억원 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했지만 화학, 윤활기유 사업 선방으로 이를 메웠다. 금융권은 3분기 적자 전환을 예상했다.
올해도 저유가 기조가 이어져 고전을 예상하는 비관적 전망도 따랐지만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저유가 상황이 오히려 영업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영업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개선되는 반면에 유가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재고손실 폭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제품가격 차이로 정유사가 원유를 구입해 정제과정을 거쳐 판매했을 때 거두는 마진이다.
로이터 톰슨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1월 배럴당 7달러선을 오가다 3월 9달러대로 급등했다. 3분기 5달러대로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8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10월 현재까지 평균치는 배럴당 7.6달러로 지난 4년 평균치인 배럴당 6.8달러를 웃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나프타나 벙커C유 등 석유제품 정제마진이 좋아져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좋아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저유가가 지속되면 재고손실이 줄어드는 생산원가 하락으로 마진이 개선된다”면서 “배럴당 평균 106달러였던 지난 2012년과 이듬해 대비 국제유가는 반토막나면서 매출은 최근 5년 기준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5년간 정유4사 영업이익, 국제유가 추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자료:업계 취합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