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창조경제와 기술사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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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코이가 비즈니스위크에 ‘개인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핵심이 되는 새로운 경제체제 출현’을 강조하면서 등장한 ‘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한데 기술에 기반을 둔 창의성과 아이디어 사업화를 뜻하는 기술사업화는 그런 점에서 창조경제의 중요한 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간과 공공 분야를 불문하고 보유기술과 미래 국가발전을 견인할 유망기술 사업화를 위한 R&D 혁신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혁신적 기술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므로 각국은 파괴적 혁신기술 확보를 위한 R&D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총 5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R&D 활동에 투입,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R&D 투자율을 보이고 있다.

R&D 결과물 성공률은 82.3%로 순조로운 편이다. 개발된 기술 사업화를 측정하는 지표인 기술이전율도 한국 27.1%, 미국 33.9%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계약건당 기술료 차이는 평균 약 11배(한국 2만9900달러, 미국 32만7000달러)로 기술사업화 효율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R&D 체계가 여전히 추격형이며 파괴적 혁신기술 확보와 사업화를 추구하지 못하고 양적 평가에 얽매여 있음을 시사한다.

200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R&D 투자 기술사업화 성과 부진은 창조경제 구현 동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음을 의미해 충격적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공공 R&D 혁신방안을 마련,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사람 중심 기초연구, 수요자 중심 응용·개발연구, 성과창출 경쟁 추구, 양적 평가체계 지양, 전략적·체계적 투자 확대 등이다.

이러한 방안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실질적 제도 운용 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연구과제중심제도(PBS:Project Based System) 체제에서 사람 중심 기초연구 및 성과창출 경쟁체제로의 전환과 협력방안, 사회문제 해결 등을 위한 연구사업 기획체계가 미진한 상황에서 수요자 중심 응용·개발연구 체계 정착 방안, 질 중심 정성평가 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지표개발, 전략적·체계적 투자를 위한 사전적 설계 등은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적용을 위한 공감대 형성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

R&D 혁신방안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고 기술사업화를 위한 파괴적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선 연구원과 공감대 확보가 중요하다.

혁신적 제도가 수립, 실행돼 의도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도를 기획하는 자와 제도의 적용을 받는 자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점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어도 사업화하지 못하면 그 기술은 헛된 노력의 산물이 될 것이다. 또 아무리 똑똑하고 시장성 있는 기술일지라도 누군가가 모르타르 역할을 하지 않으면 쉽게 꽃피우기 어려운 것이 기술사업화다.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스웨덴 패러독스에서 탈피하고 기술사업화로 창조경제를 꽃피우는 지름길은, 한 걸음 늦게 간다 하더라도 산학연관이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현창희 ETRI 사업화본부장 chhyun@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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