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니터 사업이 지난 3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커브드(곡면) 모니터 판매 호조와 환율 개선,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상반기 부침에 시달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하반기 실적 개선이 뚜렷해지고 있다.
25일 삼성전자 VD사업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3분기 모니터 실적이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반기 수요 부진과 환율 불안정을 극복하고 이뤄낸 올해 첫 영업이익이다. 이에 따라 지난 2분기 TV 사업 호조로 적자를 털어낸 VD사업부 실적은 하반기 상승궤도에 안착할 전망이다.
모니터 실적 개선은 커브드와 대화면 등 프리미엄 모델 집중, 유로화 안정세가 바탕이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커브드 모니터 원년’으로 삼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TV와 달리 개인용 매체인 만큼 몰입감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을 내세우며 세계적 모니터 수요 감소세를 정면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커브드 모니터 시장을 사실상 홀로 주도하며 개인용은 물론 기업과 게임업계 관심을 대규모 수주로 잇는데 성공했다. 중국 인터넷 카페 증가로 32인치 대형 모니터 수요 확대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점은 커브드 모니터에 호재였다. 대형 화면일수록 몰입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통상 커브드는 동일 사양 평면보다 가격이 20% 높아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커브드 모니터 연간 출하량이 올해 100만대에서 내년 130~150만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3분기 기준 커브드 모니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85%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높은 생산 비용 등 경쟁사 진입 장벽이 높은 점이 삼성전자가 커브드 모니터 시장을 독점하는 배경이다.
유로화의 빠른 회복은 서유럽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됐다. 상반기 약세에 빠지며 삼성전자 발목을 잡았던 유로화가 하반기 강세로 전환, 3분기 환율은 상반기 최저점 대비 15%가량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적 모니터 수요 감세에도 서유럽에서 전년보다 판매량을 늘리며 순항하고 있다. 판매량 증가에 환율로 인한 수익성 개선이 더해지며 유럽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4분기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전통적 성수기 진입, 제조간접비 감소도 기다리고 있어 실적이 개선세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모니터 실적 반전은 기업 간 거래(B2B) 확대로 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통적으로 TV 의존도가 컸던 VD사업부에게 B2B 강화는 지속 가능한 수익 발굴을 위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각 국 법인별 B2B 마케팅 중심에 커브드 모니터를 놓고 맞춤형 공략을 펼쳐왔다.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 발굴한 틈새시장이다.
삼성전자 VD사업부 관계자는 “패널가격 하락, 환율 개선 등 시장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며 “TV에 이어 모니터까지 ‘커브드’ 전략이 고객에게 통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