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신약 개발을 위한 생물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20일 특허청에 따르면, 곤충 소재 의약품 관련 특허 출원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05년 2건에서 작년 26건으로 13배 급증했다. 지난 2009년까지 9건이던 연평균 출원 건수는, 지난 2010년 이후 연평균 28건으로 늘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약 100만종 중 75만종 이상이 곤충이다. 종 다양성에 비해 연구가 덜 이뤄져 개발 가능성이 높고 개발 비용도 합성 신약에 비해 저렴하다. 천연물로 안전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기존에는 벌침과 누에 등 특정 종 곤충만 약재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개발 대상 종류도 늘고 있다. 항암·항치매 효능이 있는 갈색거저리와 폐렴균·이질균 항균 효능을 하는 동애등에, 항알레르기 활성 꽃매미 등이 예다.
치료할 수 있는 병도 많다. 적용대상 질환이 △염증 △암 △알츠하이머 △심혈관계 질환 △바이러스 질환 △알레르기 질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곤충 전체를 추출물로 이용하는 단순한 방법이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특정 약효 성분만 부분 분석·분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기술이 늘고 있다. 쇠똥구리가 자기방어를 위해 분비하는 ‘항균 펩타이드’를 추출해 천연 항생제로 이용하거나, 뒤영벌에서 분리된 ‘다당폴리머’를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이용하는 등이 대표 사례다.
곤충 소재 신약은 다른 의약품 개발 분야와 다르게 국내업계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10년간 출원된 곤충 소재 의약품 특허 중 국내 출원인 비율이 95%를 상회한다. 기존 화학물 합성 의약품 개발 비용이 높아 외국 출원이 우세했던 것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까닭이다.
최근 특허등록을 받은 사례는 △갈색거저리 추출물을 이용한 치매 예방·치료용 조성물 △꽃매미 추출물을 이용한 항알레르기 조성물 △항비만 효과를 갖는 장수풍뎅이 추출물 등이다.
김용정 특허청 약품화학심사과장은 “세계적으로 곤충 소재 신약 개발이 유망한 분야”라며 “신약 개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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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노믹스=양소영기자 sy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