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전력망)가 시장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전력·정보통신기술(ICT) 간 벽을 허물고 에너지 산업계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전력과 ICT 분야별 기술은 충분하지만 이를 융합해 현장에 최적화하는 경험이 축적돼야 경쟁력이 생긴다.
전하진 의원(새누리당)은 1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학캠퍼스를 포함해 다양한 방식의 마이크로그리드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전하진 의원은 “대형 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PC)를 탄생시켜 인터넷 시대가 생긴 것처럼 대형 발전소가 마이크로그리드로 전환되는 건 제3의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회”라며 “한국형 마이크로그리드를 표준화하면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전력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수출산업으로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신재생+ESS+ICT 융합의 한국형 마이크로그리드 테스트베드로 대학캠퍼스를 꼽았다.
패널은 정부 추진 스마트그리드와 연계된 마이크로그리드가 대학캠퍼스, 산업 현장에서부터 시장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전력과 통신·구역전기사업자 등 시장참여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전기사업법 등 제도개선의 시급함에도 공감했다.
문승일 기초전력연구원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발전원이 되도록 법을 개선했지만 발전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지금의 법은 과거에 제정돼 발전, 송배전, 소비자를 하나의 에너지 체계로 묶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재생 기반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기술과 ICT, 수용가와 소비자 반응까지 포함하는 만큼 전력과 ICT를 구분하는 시장제도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종웅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일본은 수백개의 전력 판매회사가 있어 통신과 전기를 번들로 제공하고 수용가 에너지 효율화를 부추기는 서비스로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에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마이크로그리드 기반인 AMI조차 하나의 규격만을 고집해 수용가가 얻을 수 있는 서비스는 월 1회 발행되는 고지서뿐”이라고 말했다. 수용가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활에 익숙해지려면 공급자와 수요자까지도 실시간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앙 전력계통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용가에 전력을 공급하는 신재생에너지 대책 마련도 요구됐다. 김원중 삼천리 이사는 “구역전기 등 지역단위 사업은 마이크로그리드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해당 권역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중앙 전력계통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용가에 전력을 공급해도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전기사업 권역들을 신재생과 ICT가 융합된 마이크로그리드 테스트베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김성열 산업부 전력진흥과장은 “마이크로그리드 산업화로 산업 간 대립이나 갈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지만 융합하고 조화를 이루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며 “마이크로그리드는 소비자에게는 에너지비용 절감을, 기업에는 수익창출을, 국가는 에너지안보와 시장여건을 조성해야 하는 만큼 제도와 정비를 개선해 하루빨리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하진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표준화, 규격화 등 상용화를 위해 토론회를 정기 행사로 이어갈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