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한발 빨리 움직인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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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활력제고특별법 벤치마킹 대상은 우리와 산업 구조가 비슷한 일본이다. 일본은 1999년 ‘산업활력법’을 제정해 기업 선제적 사업재편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는 산업활력법 효과가 유효하다고 판단, 지난해 이를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확대 개정했다.

산업경쟁력강화법은 아베 정부가 20년 넘게 이어진 경제 침체를 극복하고자 추진한 ‘아베노믹스’ 일환이다. 아베 정부는 △과감한 금융정책 △속도감 있는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 세 가지 ‘화살’을 준비했다. 산업경쟁력강화법은 세 번째 화살을 실행하는 기반 중 하나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관으로 법안을 마련해 지난해 1월 시행했다. 산업경쟁력강화법은 과잉규제·과소투자·과당경쟁이라는 일본 경제 세 가지 고민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 경영진이 새 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고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기반을 조성한다. 과당경쟁을 완화해 기업 수익성을 개선하고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

일본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16건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 지주회사 전환, 인수합병(M&A), 사업 양도 등 형태는 다양했다. 해당 기업은 현물출자·합병절차 간략화 등 법규제 완화와 필요자금 채무보증·융자 등을 지원받았다.

대표적 사례로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가 화력발전 부문을 분리해 통합한 것을 들 수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비용감축을 통한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경쟁사업 부문을 통합해 주목받았다. 두 회사는 사업재편 승인 과정에서 유형고정자산 회전율 26% 향상을 기대성과로 제시했다.

산업경쟁력강화법은 ‘기업실증특례제도’와 ‘그레이존 해소 제도’도 갖췄다. 기업실증특례는 신규 사업 시 장애가 되는 기존 규제를 개선한다. 그레이존 해소 제도는 기업이 잠재적 규제 위반 우려 때문에 신규 사업 진출을 주저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두 제도는 시행 이후 각각 8건, 32건씩 활용됐다.

가와구치 야스히로 일본 도시샤대 법학부 교수는 “산업경쟁력강화법 제정 후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아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법 이용건수가 많고 규제완화 제도도 폭넓게 활용되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산업경쟁력강화법은 정부 각 부처가 칸막이를 허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간 일본 정부는 자기 관할을 지키는 것을 중시했다. 산업경쟁력강화법은 경제산업성이 중심이 돼 제정했지만 내용은 다른 부처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와구치 교수는 “정부가 관할 영역을 뛰어넘어 하나가 돼 규제완화 노력을 펼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법률”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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